[전문가 기고] 문제 직원에 대한 징계 시 고려사항
2025-08-11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는 지금 뭘 근거로 이런 징계를 했는지 묻는 겁니다.”
부당징계 구제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한 위원이 했던 말이다. 필자는 당시에 대규모 기업에서 부당한 징계처분을 받았던 근로자를 대리했다. 사건을 수임했을 때는 유명기업에서 징계양정의 법리를 무시한 듯한 처분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납득하지 못한 건 필자뿐만이 아니었는지 심문회의 내내 위원 5명의 회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회사는 심문회의장에 와서야 징계에 대해 여러 이유를 붙여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느 회사에나 ‘문제 직원’ 하나쯤은 있다. 대부분은 운이 좋지 못하게도 문제 직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된다. 문제 직원이 지속적으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경우 사용자가 빼 들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징계이다. 징계는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제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징계권 행사에는 일정한 제한이 가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징계 정당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징계는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회사는 부당징계 구제신청, 징계무효확인의 소 등 불필요한 분쟁을 경험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회사가 적법하게 징계를 단행할 방안에 대해서 살펴본다.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사유 △양정 △절차 등 3가지 영역에서 모두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첫째로, 징계 사유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근무 태만, 지시 명령 위반 등 징계 사유가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규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근거 규정이 있음을 확인했다면 근로자가 실제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 한다. 통상 징계위원회 개최 전에 혐의자에게 직접 작성한 경위서를 제출하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하기 위해 징계위원회 출석통지부터 징계처분의 통지까지 전체 과정에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규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기관에 따라 준수해야 하는 절차는 상이하지만, 대표적으로 △사전통지 △징계위원회 구성 △심의 및 의결 등의 영역에서 유의해야 한다. 징계위원회 사전통지와 관련하여 취업규칙 등에 통지 기한이 규정돼 있다면 그 규정에 따른다. 기한과 관련한 규정이 없더라도 ‘징계위원회에서 변명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혐의자가 소명자료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고지해야 한다. 대법원은 주로 당일 고지한 사안에서 그 징계를 무효라고 판단했는데, 실무적으로는 1주일 전에 고지하는 경우가 많다. 징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별다른 규정이 없다면 회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구성할 수 있지만, 가급적 노사 각각을 대표하는 위원을 선정하고 공인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에 노측 대표를 참여시킬 것을 규정함에도 이를 위반하고 징계처분한 사안에서 징계를 무효라고 본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양정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실무상 분쟁이 가장 잦은 편이다. 양정을 결정할 때는 △사유와 처분 사이의 상당성 △형평성 △최후수단의 회피 등을 고려해야 한다. 쉽게 말해 행위에 비례하는 징계를 하고, 유사한 행위를 한 다른 근로자가 받은 징계 수위와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며, 보다 가벼운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해고 등 최후수단까지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정을 판단할 때는 사업의 목적·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직위, 근로자의 징계·포상 전력, 행위의 내용 등 △사용자 △근로자 △행위 등과 관련한 요소를 폭넓게 고려한다. 적정한 양정에 관한 판단은 까다롭기 때문에 노무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하는 것이 좋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있다. 징계해고 등을 행하고 난 후 상담을 요청하는 기관이 상당히 많다.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징계에 대해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죽은 사안에 약을 써도 가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징계에는 다양한 법리가 적용되므로 사전에 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