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LCD 치킨게임 ‘악몽’…산업계, 中 저가 공세 방어 총력전
‘글로벌 1위’ 韓LCD, 中치킨게임 공세에 완전 철수 임박 내수 부진에 中 저가 공세 확대…철강·석유화학 실적 악화 현대제철은 中업체 반덤핑 제소…석유화학, 고부가제품 확대
2025-08-11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중국 CSOT와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의 매각 협상에 들어갔다. 이 공장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마지막 TV용 LCD 생산기지다. 한때 글로벌 대형 LCD 1위였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앞세운 ‘치킨게임’에 국내 산업계는 광저우 공장 매각을 끝으로 대형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이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구조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치킨게임의 여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구조 개선에 갈 길이 멀다. 심지어 중국의 디스플레이 야욕은 LCD를 넘어 OLED로 향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올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이유다. 과거 전 세계를 호령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중국발(發) 위협은 이제 전(全) 산업군으로 뻗어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을 자임하며 전 세계 경제의 호황을 받쳐줬던 중국은 이제 자신들이 살기 위해 저가 제품을 무기화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 수요 부진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우려해 과잉생산 저가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 밀어내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사실상 강제 퇴출시킨 그 ‘저가 공세’의 확장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초(1∼4월) 수출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 단가는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속 하락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의 범위도 넓다. 올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단가는 19.4% 하락했다. 또한 비료 등 화학제품 역시 수출이 7.1% 증가한 반면, 수출 단가는 14.4% 하락했다. 여기에 운송기기 수출이 30.2% 증가한 것을 비롯해 곡물(21.6%), 채소류(16.9%), 알루미늄(12.0%), 섬유제품(11.9%) 등의 수출 물량도 증가 추세다. 그야말로 ‘파상공세’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까지 나섰다.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두께가 6㎜ 이상으로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선박 제조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중국의 저가 제품 밀어내기에 국내 철강업계는 정상적 사업이 어려운 지경이다. 사실상 ‘치킨게임’ 양상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t으로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현대제철 후판 매출 비중은 약 15%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중국의 공급 과잉에 치열한 생존 게임에 접어들고 있다.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는 마진 축소로 인해 세계 석유화학 생산 능력의 약 24%가 2028년까지 영구 폐쇄될 위기라고 추정했다. 매켄지의 파트너 에렌 채틴카야는 “특히 중국에서 장기간 생산설비 증설이 이뤄진 탓에 이번 업황 둔화 사이클이 통상적인 경우(5∼7년)보다 더 오래갈 것 같다”며 “이번 사이클에서 합리화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과거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로서의 명성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적자 탈출에 집중하는 처지다. LG화학은 올 2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3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흑자전환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산업계는 중국의 공세를 차별화된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저탄소제품을 확대한다. 석유화학업계도 범용제품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제품을 늘려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