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野 '채 상병' 압박에도 묵묵부답…속도 조절 배경은

야권, 韓 '제3자' 특검법 발의 신중론에 비판 당내 반대 여론·당정 관계 악화 등 의식한 듯

2025-08-11     염재인 기자
한동훈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제안한 한 대표가 속도 조절에 나서자 야당은 비판하는 상황이다. 한 대표가 연일 신중론을 보이는 데에는 여당 내 비판 여론과 당정 관계 등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미루는 한 대표를 향해 연일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카메라를 들이대면 까치발을 드는 습성처럼 제3자 특검법 추진 약속도 전당대회용 '까치발'이었던 것인가"라며 "의사를 분명히 할 때가 됐다. 한 입으로 두말할 요량이 아니라면 우리 당에서 발의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과 한 대표의 특검법을 나란히 놓고 한번 겨뤄 보자"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수사 대상을 확대한 채 상병 특검법을 3번째로 발의한 바 있다. 이번 특검법은 수사 대상으로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사건'을 추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제3자 특검법 본인이 먼저 이야기했다가 이렇게 측근 통해서 발 빼면서 식언하는 모양새가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스탠스가 뭐가 다른가"라며 "한동훈 대표는 앞으로 그냥 '술 안 먹는 윤석열' 하겠다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이 인터뷰에서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기존의 대통령 수사외압 의혹만 쏙 빼서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게 무슨 실익이나 의미가 있나"라며 "민주당이 다른 것을 무더기로 붙인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제3자 방식의 특검을 제안한 것이지만, 야당이 발의한 내용은 당초 법안과 방향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진상 규명보다는 정쟁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 해당 특검법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6일 "8월 국회 들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며 "애당초 독소조항이 가득한 특검법을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았나. 세 번째가 어떻게 더 심해질지 방향 정도는 확인하고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자신이 공약한 채 상병 특검법 발의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배경으로 여권의 반대 여론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가 내부 의견에 반하는 특검법을 강행할 경우 당내 갈등은 물론, 당정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야당이 앞서 두 차례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반대 당론을 정하고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건의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 해당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온 바 있다.  당 지도부에서도 제3자 방식 특검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만큼 한 대표는 당분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본 뒤 발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가 제안한 특검법을)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한 바는 없다"며 "한 대표의 뜻이 어떤 거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특검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미진할 경우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