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차 화재 3배 ‘껑충’…정부 대책 마련 분주

배터리 제조사 공개 목소리 높아져… 현대차만 공개 尹 "전기차 화재 대책 신속하게 마련할 것"

2025-08-12     김승현 기자
지난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지난 2021년 대비 지난해 전기차 화재가 3배 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 건수는 지난 2017년 처음(1건) 발생한 이래 2018년 2건, 2019년 3건으로 늘었다. 2010년 11건으로 처음 두 자릿수에 돌입했고,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72건으로 이는 2021년 대비 3배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까지 0건을 유지했지만, 20201년 첫 번째 부상자(1건)가 나타났고 재산피해 규모만 8억7808만원에 달했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 2년간 부상자 수는 3명에서 9명으로 3배, 재산피해는 9억1336만원에서 14억6398만원으로 늘었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없지만, 교통사고 후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사례(교통사고 집계)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50대 운전자 A는 오전 7시 30분께 전기차를 몰던 중 옹벽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그가 몰던 전기차는 불길에 휩싸였고 배터리 과열로 인해 2시간 30분째 화재는 진압되지 않았다. 소방관들이 소화수조를 동원한 후 불길은 잡혔지만, 운전자는 사고 직후 번진 불길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숨졌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이날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현대·제네시스 전기차 13종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했다. 다만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공개를 원치 않아 쉽게 결론 내기란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안전을 보장하고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상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 크기나 연비 같은 제원을 공개해야 하지만, 배터리는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량 정비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많은 배터리가 모듈로 구성된 구조(배터리팩) 특성상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 어렵다”며 “사고를 막기 위한 정비 편의성 및 운전자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되지 않아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업체가 피해를 본 예도 있다. 실제 지난 1일 청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아파트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파라시스’ 제품이었으나 언론과 커뮤니티에는 ‘CATL’ 배터리로 알려졌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러한 부작용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화재 예방의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지만,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다”며 “국내 배터리가 저가 중국산보다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제조사가 공개되면 국내 제조사가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를 고를 때 디자인이나 출력을 살피듯 나중에는 배터리 제조사를 따져 차량을 선택하는 이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전기차 화재에 따른 국민 불안감이 없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3일에는 국무조정실 주관 각 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