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화재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 금지 등을 결정하는 공동주택이 늘고 있다. 당사자인 전기차 차주들은 무분별한 공격에 불과하다고 맞서면서 '전기차 포비아'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기차 화재에 따른 유관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차주들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자차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이 진행된 뒤 사고 조사 후 책임 소재에 따라 보험사들은 차량 및 배터리 제조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전망이다.
◇지하 주차 막아야 VS 시대착오적 처사
12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 게시판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향한 제약사항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몇 년간 국내외에서 운행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나 논란이 커진 데다 최근 아파트 지하에 주차 또는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피해로 번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상당수 아파트·오피스텔에선 '전기차 운행 세대 협조문' 등을 내걸고 화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전기차 배터리의 완충 대신 90% 이하 충전을 권고하는 한편,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상시 점검 및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 기구인 D형 소화기 배치 등을 강조하면서 입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타워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제한하거나 전기차 '급속충전'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또 지하에 설치된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가 하면 전기차 지하 주차를 금지 및 출입 자체를 제한하고 화재 보상 서약서 등을 요구하는 등 전기차 님비(NIMBY·내 뒷마당은 안 돼)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수적 우위에 있는 내연기관 차주들이 공동주택 입주민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안들에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화재 비율은 내연기관 차량이 훨씬 높고, 화재 진압 어려움에 관한 논리라면 하이브리드 차까지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전기차가 대세인 마당에 전기차를 압박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소방청 집계를 보면 지난 2021년 이후 3년간 발생한 내연기관 차량 화재는 총 1만933건에 달한다. 반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늘고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지난 2022년 기준 차량 1만 대당 화재 비율은 내연기관이 1.84대로 1.12대인 전기차보다 높다. 다만 대체로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보다 연식이 오래된 데다 전기차 화재 진압이 훨씬 어렵고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수치로 놓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 발생 시 보험 처리 후 구상권 진행
전기차 화재와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따른 대형 피해 사례가 나오자 보상을 둘러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충돌 사고 이외 요인에 따른 차량 화재 발생 시 정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피해보상 주체가 불명확하다. 통상 배터리 제조사 및 차량 제조사, 화재 진압 시스템 관리업체까지 책임 소재 범위가 확대된다.
다만 화재 전기차 차주를 비롯해 이번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처럼 무관하게 피해를 본 차주들은 우선 각자 가입한 보험사에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를 요구해 우선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차보험은 상대 운전자 없이 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차량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가입액 한도에서 보상한다.
보험사는 이후 국과수 등이 발표하는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화재 발생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될 전망이다.
김성수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는 "(전기차 화재는) 누군가 자발적으로 배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누가 책임이 있는지 나올 것이고 한 사람에 책임 있는 게 아니라면 책임자에 대한 과실 비율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배상액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스프링클러 오작동 또는 오판단으로 인해 전소 피해가 컸다면 그 부분이 과실로 잡힐 수 있고, 화재 차량 소유주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자차 보상을 통해 특정 피해 주민에게 배상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이 보험사로 넘어가게 되고 이에 보험사가 원고로서, 당사자로서 소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