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란봉투법'·'25만원 지원법' 재의요구안 의결…민주 "거부권 중독"(종합)
13일 국무회의 의결…"특정 정당·진영 이해관계만 대변" 박찬대 "국회 입법권 존중할 생각 전혀 없다는 것" 반발 '여야정 민생 협의체' 구성 논의에도 영향 미칠 듯
2025-08-13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정부가 13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취임 후 총 21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정도면 거부권 중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국회 재의결'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두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전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 총리는 "국회에서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회가 국가 경제와 국민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특정 정당과 진영의 이해관계만 대변한다는 국민과 기업의 하소연도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해 노동조합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손해배상 제한 범위가 더욱 확대돼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사용자와 국민들께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파업을 부추기고 불법까지 보호함으로써, 노사 법치는 다시 역행하고, 기업은 절망하는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해가 될 것"이라며 거부권 의결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재정 상황과 지급 효과 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 법은) 그런 재량을 박탈하고 입법부가 행정의 세부 영역까지 일일이 강제하며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 우리 헌법의 토대인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소지가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또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은 소비 촉진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과도한 재정 부담과 함께 민생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국가 재정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13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달하려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막대한 나랏빚이 돼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법안만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현재 여야가 진행 중인 '여야정 민생 협의체' 구성 논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의 정책위 실무자가 협상하고 있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가 매주 회동하면서 논의 중"이라면서도 "여야정 협의체는 대통령실의 변화와 입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인데, 대통령실이 먼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