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하반기 전망도 맑음…PF 정상화·비은행 부진 변수
상반기 역대급 실적...이자이익 기반 하반기도 '파란불' 부동산PF發 부실지표 악화·비은행 실적 개선은 과제
2025-08-1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고물가·고금리 상황 및 홍콩 ELS 사태 등의 악재를 뚫고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기업·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성장세에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PF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실지표 악화와 비은행 계열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주 계열사인 은행권 상반기 이자이익이 21조6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며 2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다. 은행별 이자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5조1328억원 ▲신한은행 4조3798억원 ▲NH농협은행 3조9146억원 ▲하나은행 3조8824억원 ▲우리은행 3조7516억원 순이다.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자이익 성장에 힘입은 은행권이 홍콩 ELS 사태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던 1분기 실적을 완전히 만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분기 기업대출 잔액은 약 714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686조7000억원) 대비 약 28조원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 말(668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46조4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은행별 전년 말 대비 올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2.7%, 신한은행 9.9%, 하나은행 8.1%, 우리은행 7.3% 등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10% 가까이 증가하며 은행권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가계대출 성장세도 만만찮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7월 말 558조8709억원으로 한 달 새 6조7283억원 늘었다. 또한 전년 말 대비 올 상반기 주담대 잔액이 26조5000억원 늘며 지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6월 주담대는 5월 대비 6조3000억원 늘며 작년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가계대출이 되살아나는 가운데 기업 역시 자금 유통을 위해 은행을 찾으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자 기업들이 채권 발행보다 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이것이 은행권의 이자이익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회복세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3월부터 월평균 5조 원씩 증가 추세를 보였다. 5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KB금융 2조7815억원 ▲신한금융 2조7470억원 ▲하나금융 2조687억원 ▲우리금융 1조7554억원 ▲NH농협금융 1조7538억원으로, 총 11조106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0조8882억원 보다 2182억원 증가한 규모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기록을 다시 한번 뛰어넘었다. 호실적 속에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도 껑충 뛰었다. 12일 종가기준 4대 금융지주 시총 합계는 89조48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64조812억 원) 대비 40%(25조4075억 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8개월 새 네이버 시가총액(26조341억 원)만큼이나 가치가 불어난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시총 순위는 종가 기준 KB금융은 9위(33조2897억 원), 신한지주는 11위(27조5582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19위(17조6876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39위(10조9532억 원)다. 이는 금융지주들이 올해 들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앞다퉈 적극적으로 내놓은 영향이 크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신한금융은 이튿날 공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세웠다. 2027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현 5억1000만 주에서 4억5000만 주까지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한편 하반기도 호실적이 예고되는 가운데, 변수도 남아있다. 우선 고금리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 특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금융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2조원을 넘어섰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총여신(2천2조4천354억원)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2%로,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았다. 지주 별로 보더라도, 4∼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과제다. 실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와 저축은행들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사례가 속출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최대실적을 거뒀음에도, 비은행 사업에서 영업 부실지표가 나빠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호실적에도 하반기 리스크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