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친일' 논란 계속···독립단체·野 이탈 '반쪽 광복절'에도 '마이웨이'

독립단체·야당 '김형석 임명 철회' 요구에도 묵묵부답 광복회 설립 이후 첫 정부 행사 불참···尹 경축사 '주목'

2024-08-13     이태훈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윤석열 정부의 '친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광복회와 야당은 '뉴라이트' 계열 인사인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반쪽 광복절' 우려에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사실상 김 관장 지키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독립기념관이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돌연 취소한 것을 언급하며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친일파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김 관장, 갑자기 국민 보기가 겁이 나서 서울로 도망친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임시정부 법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독립투사, 순국선열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광복절 79주년 앞"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치욕스러운 친일 매국 작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배상 발표, 백선엽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 기록 삭제, '일본은 우리의 파트너'라는 광복절 경축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 등 독립운동을 지우고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 쿠데타를 감행해 왔다"며 "최근에는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했고, 뉴라이트 계열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을 각종 기관장에 임명하며 점점 금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정부의 '친일' 논란이 다시 불거진 까닭은 광복회 등에서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면서다. 김 관장은 2022년 8월 출간한 저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건국과 친일 논쟁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두고 "친일행위자의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 행위'와 '반민족 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주장하는 등 대한민국 역사 정론을 부정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관장 임명 직후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야당은 윤 대통령에게 임명 철회를 촉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기념식과 윤 대통령 초청 오찬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광복회 등 3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결성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오는 15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1959년 광복회가 창립한 이후 정부와 광복회가 따로 광복절을 기념하는 초유의 '반쪽 광복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도 정부 주도의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로 불이 붙은 정부의 '친일 논란'에도 대통령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김 관장을 두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게 김 관장 임명에 반대하는 서신을 3차례나 보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 임명에 침묵하던 국민의힘은 이날에서야 광복회와 야당의 광복절 기념식 불참에 대한 입장을 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관장 임명 논란에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큰 경축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쟁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져가선 안 된다는 측면에서 (김 관장) 인사에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광복절을 앞두고 불거진 '친일 정부' 논란에 윤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 메시지가 한층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성난 여론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기름이 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앞선 2번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22년)와 '공산전체주의'(23년) 관련 메시지에 치중하며 "광복절에 어울리지 않는 경축사"라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