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택업 수익성 부진, 집값 상승으로 만회하나
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 주택수요 증가 뚯렷 대형사 집중 및 수도권·서울 편중 문제 여전
2025-08-18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수요 급증이 건설업계 주택사업 신규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7월 넷째 주)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3% 올라 상승 폭(지난주 0.28%)이 커졌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 둘째주(0.2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폭은 0.13%에서 0.15%로 확대됐다. 이같은 집값 상승세는 금리인하 직전 제일 쌀 때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심리 확대로 청약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이에 따라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올해 상반기부터 건설사들의 신규수주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택 수주액은 33조73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우려로 연말까지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며 “2분기 들어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실수요가 늘고 건설사 수주도 덩달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규제 완화도 상반기 수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 우려에도 대출금리 완화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해 왔다. 최근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서는 그린벨트 해제 등 추가적인 규제완화 방안도 발표했다. 집값 상승 및 주택수주 증가에 대한 가장 큰 동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31일 연방공개시장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정책규제 완화 및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 상황이 더 좋아진 것으로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하반기 남은 기간 수주나 부동산 경기 측면에 개선 여지가 있어 업계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바로미터 격인 거래량도 회복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매매량은 31만7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2%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4만2676건으로 19.1%, 서울은 4만1026건으로 33.7% 늘었다. 월별로 비교하면 지난 6월 주택 매매량은 5만57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2만8703건으로 19.7%, 서울은 9091건으로 36.2% 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주택 매매심리도 덩달아 회복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3으로 전월보다 11.5p 올랐다. 지수 133은 주택 거래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9월(142.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 ‘하강’ △95에서 115 미만 ‘보합’ △115 이상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경기도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도 지난 5월 112.4에서 6월 118.2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인천은 112.1에서 117.8로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경기와 인천 모두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수주 증가 등 온기가 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내 수익성 좋은 재건축에 단독으로 뛰어들고 싶어도 그동안 악화된 재무구조 및 오른 공사비 문제 등이 발목을 잡는다”며 “심지어 과거 우리가 시공한 곳도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의 경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만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업은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총 233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는 것으로 사업비만 1조7854억원에 이른다.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된 수주를 분산할 방법도 요원해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에만 1만호가 넘는(지난 6월 기준 1만1965호, 전체 80.5%)데 누가(건설사)가 지방에 수주하고자 하겠냐”며 “일단 수익성이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건산연 연구원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성이 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균형발전 측면에서 지방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환경을 제공해 일단 사람이 몰리도록 해야만 수요가 생기고 건설사도 지방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