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 속 인간의 얼굴을 기록한 남자 『로버트 카파』

- 20세기 최고의 전쟁 사진작가로 꼽히는 로버트 카파. -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카파의 흔적을 기록한 김경훈 기자의 역작! - 70주기를 맞아 사진으로 세상을 읽어낸 그의 예술 세계 조망

2025-08-1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진실이 가장 훌륭한 사진이며 최고의 선동propaganda이다. -로버트 카파

카파는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매우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전쟁 사진작가로 꼽히는 로버트 카파의 삶과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다룬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카파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를 상세히 추적하며, 그의 작품이 20세기 역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인 김경훈 기자는 카파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카파의 유년기 헝가리에서부터 시작해 그가 전쟁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도차이나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여정을 따라간다.

앙드레 프리드먼에서 로버트 카파로

책은 카파가 어떻게 헝가리 출신의 가난한 유대인 소년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913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앙드레 프리드먼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반파시즘 운동에 참여하며 겪은 정치적 박해, 그리고 베를린과 파리로의 망명 과정을 다룬다. 특히 그의 연인이자 동료였던 게르다 타로와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함께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카파의 정체성 형성 과정과 그의 예술관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카파의 첫 전쟁 취재였던 스페인 내전도 다루고 있다. 그의 유명한 〈스페인 병사의 죽음〉 사진에 얽힌 논란도 함께 조명한다. 저자는 이 사진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을 상세히 소개하며, 이 논란이 카파의 명성과 전쟁 사진의 본질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스페인 내전 당시 카파와 타로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사진이 어떻게 전쟁 보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카파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들의 배경과 그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약간 흐린(Slightly Out of Focus)’ 사진들이 탄생하게 된 극적인 상황과, 이 사진들이 어떻게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카파가 전쟁 중 겪었을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사랑과 상실

저자는 또한 게르다 타로의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할리우드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과의 열정적인 연애 등 카파의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특히 타로의 죽음이 카파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이후 그의 삶과 작품 활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한다. 버그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시 언론 보도와 개인적인 편지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카파가 동료 사진작가들과 함께 설립한 매그넘 포토스의 창립 과정과 그 의의를 설명한다. 매그넘의 설립이 어떻게 사진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독립적인 포토저널리즘의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분석하면서, 카파의 리더십과 비전이 매그넘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카파는 소련을 방문하거나 이스라엘 건국 초기의 취재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저자는 냉전 시대 초기 카파의 정치적 입장과 그의 작품 활동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매카시즘 시대에 카파가 겪었던 어려움과 그의 대응도 함께 서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카파의 마지막 취재였던 인도차이나 전쟁과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상세히 다루면서, 그가 왜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그의 마지막 순간들이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카파의 죽음이 전쟁 보도와 사진 저널리즘 분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카파 사후, 그의 동생 코넬 카파가 형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도 언급하고 있다. 국제사진센터(ICP) 설립과 ‘멕시칸 슈트케이스’ 전시회 등을 통해 로버트 카파의 작품이 어떻게 보존되고 재평가되었는지 설명하면서 현대 포토저널리즘에 미친 카파의 영향과,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카파의 생애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작품과 삶이 20세기의 주요 사건들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카파의 사진들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 인간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전쟁의 무의미함을 어떻게 포착했는지 분석한다. 특히 카파의 대표작들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그의 사진 기법과 구도, 그리고 그가 포착한 순간들의 의미를 일반인들도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카파의 복잡한 성격과 내면세계도 탐구한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겪었을 트라우마, 알코올과 도박중독, 그리고 끊임없는 여성 편력 등 카파의 어두운 면도 솔직히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위대한 전쟁 사진작가’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 로버트 카파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진의 역할과 사진가의 책임

저자는 카파의 작품을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해석한다. 특히 20세기 전반기의 격동기를 살아간 유대인 예술가로서 카파가 겪었을 정체성의 혼란과 그것이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카파의 사진이 어떻게 전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현대 포토저널리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상세히 다룬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카파의 유산에 대해 고찰한다. 카파가 남긴 사진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 평화에 대한 강력한 호소라고 평가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포토저널리즘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카파의 유산과 연결 지어 분석한다.

이 책은 풍부한 사진 자료를 함께 실어 독자들이 카파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카파와 관련된 다양한 일화와 증언들을 수록해, 독자들이 그의 삶과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로버트 카파라는 한 인물의 삶을 통해 20세기 전반기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저널리즘의 발전 과정을 조망하면서 동시에 전쟁과 평화,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사진의 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사진 애호가는 물론 현대사와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20세기의 격동기를 관통한 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전쟁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카파의 삶과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김경훈은 고등학생 시절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보고 사진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로이터 통신의 서울, 베이징, 도쿄 지국에서 근무하며 전 세계의 다양한 뉴스를 취재해 왔으며 퓰리처상과 세계보도사진전, POYi, 소니월드포토어워드 등 다수의 보도사진상을 수상했다. 사진과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이야기를 담은 다수의 서적을 집필했으며 현재 로이터 통신 도쿄 지국의 수석 사진기자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