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 “政지원, 밑 빠진 독 물 붓기”… 노동규제 개선 촉구

중소기업계, 노동규제 투자심리 위축·생산성 저하 유발 외부기업 55%, 노란봉투법 韓 기업에 악영향…“투자 감소” 수출기업·스타트업 “노동규제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어려워”

2025-08-18     오시내 기자
이정식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산업계는 과도한 노동규제가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과 생산성 저하를 유발한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노동쟁의, 노조 가입 등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해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가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파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가로막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행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파업 만능주의가 조장될 것”이라며 “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노사관계와 산업 생태계에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반겼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외투기업)의 55%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기업은 10%에 불과한다. 외투기업의 59%는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이 있는 자’로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17%)에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도급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27.3%)가 꼽힌다.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자영업자 등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 가입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62%가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도 68%가 부정적 입장이다. 외투기업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한국 내 파업이 20% 증가하고, 외국인투자는 15.4% 줄어들 것이라 예측한다. 한경협 역시 “파업 확대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외투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경직된 노동환경은 기업의 생산성 저하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처해야 하는 수출 제조기업의 경우,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인력을 재조정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약 79.5%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중심의 노동개혁이 경영활동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스타트업계에서도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9%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노동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민첩하게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사업을 개편하고 인력을 재조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편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기업의 성장을 위한 수출국 다변화, 첨단산업으로의 사업 변경 등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저에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