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서 라이벌로 떠오른 中…韓 중소기업 수출 걸림돌로
中, 재고품 저가로 밀어내기 수출...우리 기업 수출 감소 현실화 中, 정부 지원에 기술력 향상…일부 산업에서 이미 한국 기업 추월 韓, 산업 보호·R&D 강화 필요…“기술력 향상해 저가 공세 이겨내야”
2024-08-18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국이 자국 내 재고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각국에 방출하면서,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이 완제품 재고가 늘면서 저가 밀어내기 공세를 장기화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내수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국 내 완제품 재고율은 지난해 11월 1.68%에서 지난 6월 4.67%로 증가했다. 중국은 팬데믹 동안 20.11%까지 급등한 재고율 낮추기 위해 2022년부터 해당 상품들을 저가로 세계 각국에 수출한 바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우리 수출기업 실적 하락과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제조기업 27.6%는 ‘실제 매출, 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42.1%는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어려움이 가장 큰 업종은 배터리 산업으로, 이차전지 기업 61.5%가 ‘중국 저가공세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2%) 등이 전 업종 평균인 27.6%보다 높은 피해율을 보였다. 중국의 추가적인 저가·물량 공세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품질향상’(46.9%)이 꼽힌다. 그 뒤를 ‘제품 다변화 등 시장 저변 확대’(32.4%), ‘신규 수출시장 개척 및 공략’(25.1%) 등이 이었다. 중국의 기술 추격도 우리 기업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5년간 중국 기업과 기술력 및 품질경쟁력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 47.3%는 ‘우위에 있으나 기술격차가 축소됐다’고 답했다. ‘비슷한 수준까지 추격당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22.5%에 달했다. 향후 중국기업의 기술 추월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39.5%가 ‘4~5년 이내’라고 답했다. KDB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기술 수준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플랫폼, 양자통신 등 일부 소프트웨어(SW)에서는 이미 중국이 역전했다. 빠른 기술 추격을 뒷받침하는 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선언, 제조업 혁신을 통해 제조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산업구조를 노동집약형·저위기술 중심에서 자본집약형·고위기술로 재편했으며, 산업구조 변화는 중국 제조업 수출 급성장을 견인했다.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비중도 지속 확대해 기술 격차는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공급망에서도 중국이 앞서 나가며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제3국 수출 시장 점유율에서도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독일, 일본 등 각 대륙의 지역 허브 중심이었으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 제품을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국의 추격에 대한 대응 지원책으로 ‘국내 산업 보호조치 강구’(37.4%)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R&D 지원 확대’(25.1%)와 ‘신규시장 개척 지원’(15.9%) 등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된다. 하서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연구원은 “국내 산업 보호 조치는 외교적 문제, 상대국의 역조치 등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많은 기업이 차안으로 R&D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의 기술 발전은 우리 기업이 저가 공세에 더 취약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품질에서 차별성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