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제약바이오 양극화… 대기업은 돈방석, 중소기업은 빚잔치
제약바이오 대기업 성장률, 중소기업의 2배 중소기업 43.6%, 부채비율 100% 이상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의료기기 업체, 전체의 80%
2025-08-1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제약바이오 대기업들이 긍정적인 실적을 거둔 반면, 중소기업들은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계 빈부격차가 심화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시장의 전체 매출은 증가했으나, 대기업의 성장세가 중소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두드러졌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기업 282개사 매출액은 40조원으로, 전년 대비 6.0% 상승했다. 국내 핵심 산업인 제조업(-2.7%)을 비롯해 전산업(-2.0%)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돋보인다. 다만 해당 성과는 대기업이 역대급 매출을 달성해 거둔 것으로, 업계 전체 업적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 제약기업 중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9.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중소기업 5.9%, 중견기업 5.2% 순이다. 이 중 매출액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매출액 상위 50개 기업 기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한 2조9000억원 매출 실적을 냈다. 심지어 대기업은 팬데믹 이후 생산 제품 수요 하락으로 부진을 겪었음에도 중소기업계보다 성장세가 높았다. 대기업의 경우 엔데믹 이후 백신 및 특정 의약품 수요 감소로 2023년 매출액증가율은 2022년 대비 5.5%포인트 하락했음에도 중소기업보다 2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나마도 일부 중소기업들은 부채비율이 100% 이상으로 나타나 재무 상태가 취약한 상태다. 기업 세 곳 중 한 곳(36.5%, 103개사)은 부채비율이 100% 이상으로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더 컸다. 제약기업의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의 26.7%(4개사), 중견기업의 23.9%(21개사), 중소기업의 43.6% (78개사)에서 부채비율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의정갈등 여파로 수출 위주 기업과 내수 기업 간 상반기 매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생산 제품 대부분을 수출하는 대기업 바이오 업계는 올해 1분기 및 2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병원 및 약국에 수술용 제품과 처방약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헬스케어기업 전체 매출은 7조2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8% 증가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22.2%에서 올해 1분기 6.1%로 크게 개선됐다. 다만 1분기 실적 상승도 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도했으며, 중소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기업의 의약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고, 중견기업은 의약품 2.9%, 의료기기 4.1%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의약품 -0.9%, 의료기기 -1%로 소폭 감소했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2분기엔 주요 중견기업마저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제약업계가 올해 연매출 1조원 돌파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2분기 매출액 8747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시기 괄목할 성장을 이뤘던 의료기기 업계는 엔데믹 이후엔 영세 규모에 머무른 실정이다. 2022년 기준 의료기기 제조 기업 중 10억원 미만의 생산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약 80%(3345개소)다. 실제 한국거래소(KRX) 산업지수 중 바이오헬스케어부문을 선별, 해당 지수에 포함되는 90개 공시기업을 분야별(의약품·의료기기) 및 기업규모별(대·중견·중소)로 구분한 결과, 의료기기 분야 34개사 중엔 대기업은 없고, 중견기업이 6개, 중소기업이 28개다. 팬데믹 시절 일부 국내 체외진단 분야 기업의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엔데믹 이후의 차세대 수익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진단기기 외 다른 분야 의료기기 제조사는 시장에서 소외돼 영세 규모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차미래 한국보건산업연구원 산업통계팀 연구원은 “제약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투자와 R&D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본 조달 능력과 부채 관리가 필수”라며 “정부가 R&D 보조금 확대, 세금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 제공, 대출 우대 및 융자자금 확대 등의 금융지원 정책을 더욱 강화해 기업의 재정적 안정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