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래 성장엔진에 공들이는 K-산업

LG전자 이어 삼성전자도 구독 서비스 '시동' 반도체업계, LLW D램 등 차세대 모델 심혈 현대차, 로봇 필두로 모빌리티 혁신 사업화

2025-08-18     김명현 기자
현대차∙기아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성장엔진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익 개선을 위해 이르면 올 가을 구독(렌탈)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구독 서비스가 초기 가전 구매에 대한 비용 부담을 낮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탈 시장 규모를 지난해 40조원에서 내년 100조원 규모로 예측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시한 경력자 채용 공고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채용 홈페이지인 삼성커리어스를 통해 이달 6일부터 19일까지 국내 구독사업을 맡을 한국총괄 경력자 모집을 알렸다. 구독 상품 기획과 가격 전략 수립, 구독 상품 매출·손익 관리 등을 수행 업무로 제시한 점은 구독사업 진출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서 지난 4월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도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AI를 접목한 발전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가 구독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는 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가전 구독은 1인 가구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도 정해진 기간에 월 사용료를 납부하면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구독 상품에 포함된 가전 관리 서비스도 호평이다. 이는 LG전자의 구독사업이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다. LG전자의 구독사업은 지난 2022년 대형가전을 구독 상품으로 선보인 지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은 23종, 300여개에 달한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정수기 안에 얼음을 냉동 보관할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15일 전격 출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도 구독 기간 무상 수리, 케어 전문가 정기 방문 등을 앞세워 구독 고객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업계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주도권 확보 경쟁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메모리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저지연고대역폭(LLW) D램과 LPCAMM 등 차세대 제품의 기술 고도화에 공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PC·노트북 D램 시장의 판도를 바꿀 LPCAMM2를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LLW는 쉽게 말해 온디바이스 AI용 저용량 HBM이다. 기존 LPDDR 대비 고대역폭을 갖고 있어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시장은 향후 삼성전자가 어떤 고객사에 LLW D램을 납품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AI 가속기인 '마하-1'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마하-1은 엔비디아의 GPU와 유사하지만 AI 연산에 좀 더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분류된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맞춤형(커스텀) 메모리'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HBM4(6세대) 이후가 되면 고객 맞춤형 니즈가 증가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수주형 성격으로 옮겨가며, 점점 과잉 공급 리스크가 줄 것"이라며 "고객 니즈에 맞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업계 대표 주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준비도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제품군의 사업화를 서두르면서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국내 사업장의 로봇 생산라인 확대를 추진한다. 오랜 연구개발에 이어 상용화를 목전에 둔 모습이다. 첫 양산 주자로는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인 '엑스블 숄더'가 꼽힌다. 이 제품은 현대차 산하의 연구 조직인 로보틱스랩이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배송' 시대도 앞당기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9일 경기도 의왕시 부곡파출소 앞 횡단보도에서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의왕시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자율주행 배송로봇의 횡단보도 주행 실증 시연에 성공했다. 정부 차원의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 공유 체계가 가동되면서 전국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실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