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㉜권오갑 HD현대 회장

위기에 빛나는 리더십…난관 정면돌파로 성장 이끌어 HD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 경영 정상화 구원투수 본업 경쟁력 강조·과감한 투자 결정·사업 재편 노력

2024-08-19     최은서 기자
권오갑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권오갑 회장은 HD현대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 사원으로 입사한지 40여년 만에 그룹을 총괄하는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HD현대의 희노애락을 함께 한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권 회장은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 사원으로 입사 후 영국 런던사무소 외자구매부장, 서울사무소 소장 등을 거치며 영업, 구매, 경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대표이사,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2017년 HD현대 부회장을 역임하고 2019년 HD현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권 회장의 리더십은 그간 여러 차례 증명됐다. 그는 위기 때마다 난관을 정면 돌파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그룹에 편입된 HD현대오일뱅크의 초대 대표로 취임해 경영을 정상화했다. 권 회장은 과감한 투자 결정과 조직 문화 혁신,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수 당시 영업이익이 13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를 체질 개선을 통해 1조원대 규모로 성장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석유화학을 비롯해 윤활유, 카본블랙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사의 성장 기틀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조선업 불황기로 HD현대중공업이 경영난에 처했던 2014년에 대표로 선임돼 고강도 개혁 작업을 주도하며 2년 만에 흑자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당시 그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며 3년간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실천하며 책임경영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능력 있는 젊은 차·부장들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해 HD현대중공업을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동시에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R&D 인력 확보'라는 신념으로 연구, 개발, 설계 인력 확보에 매진했다.  과감한 사업 재편 노력도 이어졌다. 호텔, 증권 등 비핵심 사업은 물론 보유 중인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하고 부진에 빠진 해양 사업과 플랜트 사업을 과감히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HD현대중공업 내 각 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지주사 체제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데 앞장서 오늘날 HD현대의 토대를 마련헸다.  2019년 11월 HD현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 회장은 조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등 3대 핵심축으로 이뤄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이는 HD현대가 신사업 진출과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현재 권 회장은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효율·품질 향상, 주요 사업 분야의 친환경 및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조선소 구축, 지능형 건설기계 인프라 확보, 친환경 에너지사업 등을 그룹의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그는 "우리 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대비하는 최첨단 조선, 에너지 그룹으로의 변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권 회장은 세계 1위 조선 그룹의 위상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판단하고 창립 50주년이었던 2022년 경기도 판교에 그룹 연구개발(R&D)의 요람이 될 'HD현대 글로벌 R&D센터' 건립을 주도했다. 그룹 명칭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변경하며 새로운 50년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권 회장의 이같은 혁신과 도전에 힘입어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4조693억원, 영업이익 1조67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66.4% 뛰었다.  호실적에도 권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최근 그는 계열사 사장단들을 긴급 소집하고 각 사별로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기존 경영계획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기본 역량 강화로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 회장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1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 본인 급여의 1%를 기부하는 'HD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2020년에는 급여 나눔 범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HD현대1%나눔재단'을 설립,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아너상'을 제정한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조선소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중대 재해 피해 유가족 지원을 위해 사재 1억원을 직접 출연, 'HD현대 희망재단'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