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캐즘'에 '포비아'까지'…갈 길 먼 전기차 시장

'화재' 전동화 전환에 발목…안전성 보장 시급 완성차 업체, 화재로 가성비 전략 물거품 위기

2025-08-19     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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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위축된 가운데 최근 화재가 잇따르면서 '포비아(공포감)'까지 확산되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이 캐즘 현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잇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형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캐즘을 돌파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었지만 화재 이슈가 확산되면서 가성비 전략마저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가성비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캐스퍼 EV)'과 'EV3'를 출시하면서 전동화 대중화를 목표로 잡았다. 수입차 업체들도 가성비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모델Y를 생산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올해 국내 시장에 가성비로 발을 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으로써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중국산에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의 전기차 업체 폴스타도 최근 신차 '폴스타 4'를 출시했다. 폴스타는 저가 전략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그러나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반응은 차갑다. 현재 국내·외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 공포가 해소되지 않으면 전기차 시장 침체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침체 현상이 길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전기차 제조사들은 하루빨리 안전성을 보장한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5% 줄었다. 일각에서는 2~3년 이상 판매량 감소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시장이 활기를 찾기 위해선 배터리 성능 개선이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그 중에는 폭발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으로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 불릴 정도다. 현재 생산되는 배터리는 액체 형태를 띤 전해질이 새어 나올 경우 발화 위험이 높다. 이를 고체로 대체하면 폭발과 화재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전고체는 양산이 쉽지 않다. 시장에 등장하는 시점이 빨라야 2027년쯤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되기 전까지는 전기차 시장에는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