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절정인데”… 전공의 부재·보건의료종사자 파업 논의 ‘겹악재’

보건의료노조, 찬반투표 결과 따라 29일부터 파업 단행

2024-08-20     이용 기자
광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이달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3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공의에 이어 보건의료 종사자들까지 의료 현장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공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병원 측에 주4일제 시범 사업, 불법의료근절, 총액 6.4% 인상, 인력충원,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23일까지 지부별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28일 파업전야제에 이어 29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사업 역량이 크게 추락한 병원 입장에선 노조의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문제는 의정갈등 여파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된 현재, 보건의료 종사자마저 파업에 나설 경우 환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단 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현재 정부는 의사들의 부재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사를 중심으로 비상의료체계를 운영하는 중이다. 올 여름을 맞아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만약 간호사들까지 의료현장을 이탈할 경우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최근 "월말에는 작년 최고 유행 수준인 주당 35만명까지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약국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치료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추가 도입되는 치료제 물량을 다음 주까지 전국 담당 약국에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공백은 9월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점(29일)과 코로나19가 정점을 맞이하는 시기(8월말)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 극소수의 전공의만 지원하면서, 향후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지원자는 총 21명에 불과했다. 이는 모집 대상 7645명 중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원은 주로 서울 빅5 병원에 집중돼, 지역사회에서는 의료인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의정갈등 여파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탈해 그 부담은 오로지 병원 종사자들이 감수하고 있다. 우리는 병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근로 강도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가 공교로운 만큼, 노조 파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 이비인후과 의료인은 “의대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났을 때, 노조는 의사들이 환자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지금 이들도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파업을 운운하며 환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