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R의 공포’ 잠재우나…산업계, 잭슨홀 미팅 주목
23일 美 잭슨홀 미팅…파월의 금리·경기 발언 집중 금리인하發 수요 회복 기대감, 철강·석화 반등 요소 SK·두산 합병…계열사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권 영향도
2025-08-20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미국 잭슨홀 미팅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 미팅에서 미 경기침체 우려 및 금리인하에 대해 발언할 것으로 점쳐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잭슨홀 미팅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열린다. 잭슨홀 미팅은 미 경제·통화 정책 분야 고위 당국자들이 모이는 자리다. 업계에서는 미 경제에 대한 파월 의장의 관점이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달 초 경기침체(R)의 공포로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태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실업률 등 몇몇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자 경기침체가 우려됐다. 경기침체에 대한 엇갈린 관점 속에서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최근 미 경제 흐름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일 경우 경기침체 우려는 해소되는 방향으로 흐를 전망이다. 또한 파월 의장 발언은 다음달 금리 결정과 무관치 않다. 파월 의장은 가장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인하 논의를 공식화했다. 결국 업계 관심사는 금리인하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거의 전제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금리 선물시장의 전망은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75%, 0.5%포인트가 25%다.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 입장에서 미 금리인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고금리로 글로벌 수요가 억눌려 이들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철강 시황에 대해 “미국도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이달 중국에서는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5% 정도의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계는 누적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은 높아진 반면 제품 가격은 낮아 영업이익률이 저조하다. 금리인하로 숨통이 트여야 할 처지다. 개별 기업으로는 SK그룹과 두산그룹도 잭슨홀 미팅을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부정적 발언으로 주식시장이 다시 하락하면 SK·두산이 추진 중인 합병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SK에서는 SK이노베이션와 SK E&S 그리고 두산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각각 합병에 나서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가가 공개 매수 예상가격보다 급격히 하락해 차익실현을 위한 다량의 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면 기업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합병조건을 바꿔 재추진해야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모두 주가는 매수 예상가격보다 낮다. 파월 의장 발언으로 이들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이 짊어야 할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