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537억 ‘담배소송’…승산있을까

“소송 과정에서 가액 늘려나갈 것”…빅데이터 활용해 입증

2015-04-14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최근 개인이 낸 담배소송에서 대법원 측이 흡연자 패소를 확정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4일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본격화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소송 대리인(법무법인)이 오전 9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으며, “소송가액은 537억원으로, 소송 과정에서 가액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일 개인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흡연자측이 줄줄이 패소했고, 국내는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도 소송 주체가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건보공단쪽이 재판에 불리하다는 의견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건보공단 측은 흡연 피해자들에 대한 건보공단의 의학적 자료도 많아 개인사건과는 달리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537억원이라는 이번 소송 규모는 흡연과의 인과성이 큰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들 가운데 20년이상 하루 한 갑씩 흡연했고, 흡연기간이 30년을 넘는 사례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2003~2012년 사이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소송 대리인은 피해액 추산을 위해 이들 환자의 일반검진자료·국암환자 등록자료(국립암센터)·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특정인구집단) 자료 등을 연계, 분석했다.

당초 건강보험공단측은 최대 2300억원대의 소송가액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승소 가능성·소송 비용 등을 고려해 자문위원과 사내외 변호사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소송 규모를 낮췄다.

이번 소송의 외부 대리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공모를 거쳐 법무법인 남산(대표변호사 정미화)이 선임됐다.

남산은 지금까지 흡연자 30명이 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 소송에서도 대리인을 맡았지만, 이 개인 ‘담배소송’은 지난 10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미화 변호사 등은 앞으로 공단 내부 안선영·임현정·전성주 변호사와 함께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 담배 소송을 본격 진행하게 된다.

이번 소송을 맡는 법무법인은 착수금으로 1억3790만원을 먼저 받고, 승소율 40% 이상일 경우 성공보수로 2억758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를 포함, 소송 관련 비용은 모두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마련된다.

건강보험공단 변호사측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폐해 연구결과, 국내외 전문가 자문, 세계보건기구(WHO)와의 협력 등을 통해 흡연과 질병의 구체적 인과성,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정미화 법무법인 남산 대표변호사는 “(개인 담배소송의 경우) 피고 KT&G가 자료 공개를 꺼려 증거를 통한 인과관계 입증에 한계를 느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건보공단의 소송 대상에는 이미 해외 담배소송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공개한 필립모리스·BAT가 포함돼있고, 흡연 피해자들에 대한 건보공단의 의학적 자료도 많아 개인사건과는 달리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의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이 흡연피해 소송을 제기한 첫 번째 사례로, 24일 전후로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한 후 의견서 답변기간 내 소송 대리인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