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여야, 새 리더십 성과 보일 시간…국회가 '사회적 플랫폼' 역할해야"

우원식 국회의장,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미래의제 대비·여야 협치·정치개혁 필요성 강조

2024-08-21     이설아 기자
우원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지난 6월 취임 이후 약 80일 만에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원 구성 지연 및 국회 파행 등으로 인해 뒤늦게 이뤄진 간담회에서 우 의장은 '미래의제 대비'와 '여야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교섭단체 형성 조건 완화 및 개헌과 관련한 '정치개혁'에 대해서도 의지를 드러냈다.

우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22대 국회는 민생의 위기, 신뢰의 위기, 입법권의 위기라는 중첩된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그런 만큼 더욱 안전·민생·안보 등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갈등과 기후, 인구, 디지털 전환 같은 미래의제에 잘 대응하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급박한 국가과제로 우선 국회의사당 세종의사당 건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꼽았다. 그러면서 조만간 세종의사당 건립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는 등 속도를 내고, 국회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저출생, 불공정, 디지털전환 같은 민생의제, 또 미래의제에 대해서 국회 내 기구들의 총력대응 체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 의장은 "갈등과 정쟁 속에서도 민생의제가 뒤로 밀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생의제가 사라지지 않도록 의장이 나서서 역할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갈등하고 싸우더라도 합의된 기준 준수 △무엇이 민심인지를 놓고 싸우지 말고 의정활동의 현장성을 높여 현장성 제고 △국회를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여야 갈등 해소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무제한대화(필리버스터)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 문제'로 남겨진 것에 대해 "여야 정당이 모두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며 "어느 일방의 힘으로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한 진지한 협상의 시간을 만들 과제가 양당 모두에게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오찬회동을 정례화했는데 잘 살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우 의장은 국회의 '사회적 플랫폼화'에 대해 "국회는 구성상 사회적 대화체로 이미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부보다 오히려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기 적합한 공간"이라며 "노동문제를 관할하는 정부 기관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을 당장 대체하기는 힘들지만, 연금, 의료개혁 등 현안 문제 등을 놓고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국회가 국가 전체의 사회적 대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으로 역할해야 한다"며 "저도 충분히 역할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25일 이뤄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회담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우 의장은 현재 국회가 개원식을 열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대치가 심각한 상황에서 "양 지도부 회담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한 대표가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국민 마음과 눈높이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크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법' 등에 대해서 여야가 돌파구를 찾길 바란다며 "'태도가 리더십'이라는 생각으로 대화 폭을 넓히고 도돌이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개혁의 필요성 역시 역설했다. 우선 조국혁신당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교섭단체 조건 완화에 대한 공감 의식을 밝혔다. 우 의장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교섭단체가 여럿일 때 각 야당들의 스펙트럼이 달라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타협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것을 경험했다"며 "교섭단체 형성 조건 완화를 통한 다수의 교섭단체 생성이 꽉 막힌 정국에서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섭단체 형성 조건 완화는) 결국 현재 교섭단체 간 합의로 만들어진다"며 "(현 소수정당들이) 양당을 잘 설득하고 순기능을 이야기해서 관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정치개혁의 근본은 개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현재까지 다수의 개헌안이 나온 상태에서, 특정 개헌안을 지지하기보다 여야가 개헌 범위와 적용 시기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장은 "개헌은 시대가 변할 때마다 해야 하지만, 개헌이 이렇게 지연되면 사회를 유지시킬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여당이 현재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우려해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이를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