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린 은행권 부실대출 눈덩이
4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 상반기 말 0.33% 2022년 말 0.26%·2023년 말 0.31%...증가 추세 건전성 우려
2025-08-21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 비중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돌아선데 따라 이들 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늘려온 것이 배경이다. 기업대출 부실이 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884조9771억원으로 지난해 말(784조197억원)보다 7.8%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 562조850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576조1292억원으로 2.4%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기업대출이 늘어난 만큼 부실채권도 급증했다는 점이 문제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조807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168억원)보다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9696억원에서 1조859억원으로 12.0% 늘어난 데 비해 역시 증가 폭이 컸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0.19%)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말 0.26%, 지난해 말 0.31%,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꾸준히 상승했다. 가계대출의 경우도 0.15%, 0.17%, 0.19% 등으로 올랐지만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관련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향후 부실 확대 위험을 염두에 두고 관리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신용의 경우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8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92.5로 집계됐다. 전산업 CBSI는 올해 6월 95.7에서 지난달 95.1로 하락한 뒤 이달 추가 하락했다. 한은은 내수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체감 경기가 나란히 악화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