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vs 차별 말아야”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논란 확산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에 외국인 근로자의 합법적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서 일하는 외국인은 26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제도를 통해 입국한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 외국인 근로자는 96만1347명이다. 올해는 고용허가제 쿼터가 대폭 확대돼 16만5000명이 입국했다.

E-9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임업 △광업과 일부 서비스업으로 한정됐다. 특히 제조업과 광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이들이 대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7월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22만2000명 증가했다. 이중 내국인이 17만4000명, 외국인은 4만 8000명이다. 고용허가제 외국인(E9, H2)의 89.6%가 제조업에 몰렸다. 이에 제조업 가입자 동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향후 외국인력 규모가 확대되면서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 만큼 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은 지속 제기돼 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숙식비(40만9000원) 포함 시 305만6000원으로, 사업주의 67.9%가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건비 지급 중이었다. 다만 동일 조건의 내국인과 비교할 때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은 고용초기(3개월 미만) 59.0% 수준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들은 현 고용허가제의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불성실한 외국인력에 대한 제재장치 마련(사업장 변경 횟수 축소 등’을 35.5%로 가장 많이 꼽았다.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 적용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중소기업계는 입국 전 직무 교육 강화 및 생산성 수준 증대를 위한 제반 환경 조성 등 생산성 향상 필요성도 주장했다. 외국인근로자 관리 시 가장 큰 애로 요인은 ‘의사소통(낮은 한국어 수준)’이 49.7%로 절반에 달했다. 지난 조사보다 5.7%p(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근로자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주가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근로자 채용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출신 국가(65.9%)’, ‘한국어 능력(48.0%)’, ‘신장, 체중 등 육체적 조건(33.4%)’ 등의 순이었다. 2022년 조사 시 고려사항 3위였던 ‘한국어 능력’이 이번 조사에 2위로 한 단계 상승해, 의사소통과 관련한 애로사항이 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임금 차등적용은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내년 최저임금 결정 당시 업종별 차등적용 역시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종사자의 처우도 열악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체류 허가를 받고 대거 입국한 가사관리사 역시 논란의 화두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내달부터 시험사업이 진행된다.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에 따라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없으나, 서울시가 법무부 측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가능하도록 별도 비자 신설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