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에 금리인하 망설이는 한은

생산자물가 반등에 소비자물가도 되오를듯 "물가 못잡으면 통화정책 운용폭 제한"

2024-08-22     이광표 기자
소비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가 되올랐다.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한층 커지게 됐다. 경기침체가 심각하더라도 물가를 잡지 못하면 통화정책 운용의 폭이 제한돼 기준금리 인하의 길로 들어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2020년 수준 100)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세를 타다 지난 6월 꺾였는데, 한 달만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지난달 폭우와 폭염까지 겹치며 농림수산품 물가가 치솟은 영향이 작용했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농산물(1.5%), 수산물(2.2%), 축산물(0.4%) 등이 모두 올라 전월대비 1.6%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추(171.4%)와 오이(98.8%)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더욱이 이달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상고온으로 인한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과실 등은 올해 출하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겠으나 8월 폭염이나 태풍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묶어두며 1년 넘게 벌여온 '물가와의 전쟁'을 끝내기도 전에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외풍도 무시할 수 없다. 제아무리 경제가 살아나도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국민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정치권 압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신세에 놓이게 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10월 물가는 기저효과 영향이 크게 나타나면서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2%를 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요인들이 일부 남아 있지만, 물가 둔화 흐름은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1년 수준'으로 뛰고 있고,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들어서려는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금리 하락→대출 증가→부동산 폭등'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오늘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거라는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인하 행보를 확인한 뒤 이르면 10월 통화정책 피벗에 나설거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런 예상 역시도 물가가 안정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