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버리고 美 의존 높인 K-산업… '역풍' 대비해야
韓산업계 "美경기 둔화, 제조업 전체에 악영향 미쳐" 트럼프·해리스, 외국기업 견제·자국 산업 보호에 동의 美, 기업에 中과의 교류 제한 주문… 산업계 '양자택일' 기로
2025-08-2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한국이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미국의 대내외 이슈에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핵심 산업군인 반도체와 전기차의 미국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발표한 8월 1~20일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42.5%)와 석유제품(11.7%), 승용차(7.9%)는 늘었고, 그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3%로 3.4%포인트 증가했다. 그 중 중국(16.3%)과 미국(18.0%), 유럽연합(18.6%), 베트남(11.0%)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는데, 해당 3개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47.4% 수준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1∼3월 수출된 국산 전기차 8만1631대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3만6556대(44.8%)가 미국으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및 배터리 분야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얽힌 한국의 중추 산업이다. 과거 한국 산업계는 중국과의 무역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사드 설치’ 문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선례를 교훈 삼아 미국에 대한 지나친 무역 의존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경기 둔화가 국내 제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경기 전망은 제조업은 93.9로 나타났다. BSI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란 의미다. 미국 실물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단 설명이다.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대외 리스크는 미국 차기 대선이다. 대선 후보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산업 정책 기조가 판이한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내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경제·산업 정책에 대한 양 당 정강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중심 정책을, 공화당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술혁신 장려 등에 각각 방점을 뒀다. 다만 두 후보자 모두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엔 동의한 만큼, 누가 당선되든 외국 기업의 현지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의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국내 기업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행 21%의 법인세율이 내년 말 일몰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8%까지 높일 것이라 정강에 명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이전에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10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외국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 법인을 갖고 있거나 수출하는 기업 모두 어느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든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산업계가 여전히 중국산 소부장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미국이 이를 빌미로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단 예측도 나온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국의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고려한 기술 개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민주당은 핵심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부문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공화당은 중국에 대한 배타적 무역·투자 제재의 과감한 실행을 공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첨단 분야에 대한 대중 정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트럼프는 중국 제품은 물론, 중국과 얽힌 기업의 미국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발언을 지속해 왔다. 따라서 미국 진출을 노리는 첨단기술 분야 기업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 B사 미국 현지 연구원은 "제품을 생산할 때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중국, 첨단기술 시장의 정점인 미국. 기업들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강대국들의 조치가 불합리하더라도 기업들에겐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의 선택지만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