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는 이제 그만
2024-08-22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민주당 내부 상황도 있고 국민의힘의 반대도 있겠지만,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를 고민해 달라(조국)"
"교섭단체 (완화) 문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맞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본과 원칙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겠다(이재명)"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 이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 거대 양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혁신당은 총 12석을 확보했다. 교섭단체 기준 수를 충족하기 위해선 8석을 더 모으거나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섭단체 요건 완화다.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선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혁신당은 '정치개혁4법'을 발의, 교섭단체 정족수를 10석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다만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결단 없이는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치개혁 공약 중 하나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발표했지만, 이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양당은 지난 총선을 통해 협력 관계를 넘어 경쟁 구도를 형성한 상황이다. 그러나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다른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이를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걸었다. 혁신당 요구는 둘째치고라도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제1야당으로서 국민과 약속을 저버리게 된다.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민주당에 실보다 득이 많다. 특히 '윤석열 정권 심판'에 주력하는 민주당으로선 혁신당 등 범야권 공조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다수당이자 제1야당이다. 정치에서 이해관계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가끔은 대승적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혁신당이 출범할 당시 일각에서는 야권 분열로 인한 총선 패배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범야권 압승이었다. 민주당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시너지가 일어난 덕분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도 마찬가지다. 이는 혁신당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공약 당시 강조했던 우리나라 '정치개혁'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총 14개 상임위에 1명씩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요건 완화에 선을 긋는 발언은 대의보다는 이해관계만 우선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민주당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제1야당으로서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