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빅컷’ 기대감…韓 금융시장 안정시 ‘10월 금리인하’ 가능성

이창용 총재 "물가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 요건 갖춰" 연준 9월 금리인하 유력...李 "美와 금리 동조화 유지"

2024-08-22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13번째 연속이다. 한은 설립 이래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뛰는 가운데 너무 일찍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자칫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이자 부담 경감 등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보다 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현재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차(2.0%p)를 고려할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인하 폭 등을 확인한 뒤 내리는 게 최근 다소 안정을 찾은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어하는 데도 유리하다. 다만 인하시기는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다수 위원이 지난 7월 FOMC 의사록에서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 ‘빅컷’ 기대감을 높이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지켜본 뒤 이르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거로 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2일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 금통위가 이날 다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피벗을 미룬 것은 무엇보다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더 불었다. 통화정책의 제1 관리 목표인 물가도 아직 목표(2%) 안착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한 데다 향후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작황 부진 등의 불안 요소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 요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견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금통위가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다시 기준금리를 묶었지만, 다음 10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실제로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은 이르면 10월 피벗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본다"며 "미국이 낮추면, 한은은 올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p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 대다수 위원들이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 회의(9월 17∼18일)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7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 실업률이 급등해 고용시장이 불안한 점과 인플레이션 지수가 2%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로 금리인하에 찬성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준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 금리 조정 방향은 동조화를 보이겠지만, 조정 폭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과의 금리 동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장이 선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을 따라 빅컷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총재는 "미국은 고정금리가 많고 인플레이션이 높아 금리를 조정할 때 속도와 폭이 당연히 우리보다 클 것"이라며 "동조화는 강해지고 있지만, 속도나 폭은 분명히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이번 주에 열리는 미 연준의 잭슨홀 미팅과 새로 발표될 고용리포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앞으로는 국제 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국내 요인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