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암초’…SK·두산, 합병 주주 설득 무기는 ‘AI’

‘2대주주’ 국민연금, SK이노-E&S 합병 반대 의사 표명 금감원 제동 걸린 두산 합병안도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 SK 최태원 “AI 데이터센터 전기 솔루션 새 기회” 반격 SK·두산 CEO, 합병 시너지 AI 경쟁력 앞세워 주주설득

2024-08-25     이상래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SK그룹과 두산그룹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주주들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두 기업이 각각 추진하는 계열사 합병이 AI 트렌드에 부합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AI 청사진이 과연 ‘2대주주’ 국민연금의 부정적 기류를 뚫고 주주총회에서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SK E&S 합병안 통과에 나선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도 다음달 25일 주총에서 합병안을 논의한다. SK와 두산은 합병안 통과를 위해 주총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두 회사 모두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합병안을 두고도 두 회사에 대한 기류가 달랐다. SK에 대해 침묵한 반면, 두산을 겨냥해서는 공개 비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이 SK 합병안을 반대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두산 합병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 표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SK와 두산은 국민연금의 반대가 국내 기관투자자 및 기타 소액주주 결정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각각 6%대다. 합병에 찬성하는 그룹 지주사의 지분율 30%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정부와의 관계 특수성을 가진 국민연금의 반대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일부 의결권자문사의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는 두 기업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SK·두산이 준비한 합병을 위한 주주 설득 무기는 'AI‘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연이어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기 수요를 강조하며 SK이노베이션-E&S 합병의 시너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흘 뒤인 21일 SK이천포럼에서도 그는 “(AI 데이터센터로) 에너지 믹스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들도 합병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두산도 SK와 비슷하다. 계열사 CEO들이 직접 주주서한을 보내 AI와 합병회사의 사업연계를 강조했다. 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초 CES 2024에서 AI를 주목한 점과 일맥상통하다. 당시 박 회장은 “AI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전통 제조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AI 기술과 우리 비즈니스의 연계를 살피고 사업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도 주주서한에서 “최근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 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도 AI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사업재편 추진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