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배터리 공개, 전기차 포비아 완화에 도움 안된다

김 필 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2025-08-25     김필수 대림대 교수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번지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아파트는 물론 병원 등 공공기관에서 전기차 충전과 주차도 못하게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제대로 된 대책도 못 내고 있다. 최근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기차에 포함된 배터리 제조사의 공개가 뜨겁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 포비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초기에 배터리 공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필자는 배터리 공개로 국민을 혼동시킨다는 언급을 계속해 왔다. 지하 공간에 주차하고 충전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공포, 즉 전기차 포비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의 제작사를 묻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제조사를 믿고 구입하는 것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지고 추후 엔진 회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도 제작사를 믿고 구입하는 것이지, 배터리를 알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벤츠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도 멈춰야 한다. 벤츠는 BMW와 같이 국내 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이고 테슬라 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있는 회사다. 내장된 배터리도 벤츠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철저히 검증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중국 파라시스도 기술적으로 높은 회사로 인정받던 기업이었던 만큼 무조건적인 비난은 삼가 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도 일방적으로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를 욕하고 있는 부분도 자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배터리가 중국산보다 좋다는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으며, 서로가 장단점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배터리는 우리가 주로 활용하는 삼원계 리튬이온(NCM) 배터리보다 화재 특성에서 덜 발생하고 확산속도도 훨씬 느리다. 에너지가 집중되는 니켈과 코발트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태생 자체가 내화성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에 발생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배터리가 아니라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따라서 현재의 배터리 공개를 통한 이분법적 논리로 차별화시키는 논리는 통상 문제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고 좋은 방법은 절대로 아니다. 중국식 사회주의 형태의 무조건적인 애국주의 마케팅 방법을 지탄하면서 우리도 같은 논리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우리 배터리를 비롯한 모든 배터리가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전기차에 우리 배터리가 포함돼 있는 만큼 대부분 전기차 화재도 국내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한 배터리 이력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배터리의 탄생부터 사용과정과 각종 정보를 입수해 관리하면 분명히 전기차 화재 등의 예방과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제는 필요 없는 주제로 혼동과 편 가르기를 만들지 말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정한 전기차 포비아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