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인재 재정비 나선다…유치전 격화
시장 경쟁 격화‧빅블러 가속…인재 유치전 가열 삼성‧SK 반도체 인재 선점 분주…경영진 직접나서 LG R&D 전문가들 간 기술 교류도…“시너지 강화”
2025-08-26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신사업 확대와 맞물려 인재 충원 및 재정비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인재 수혈을 위시한 인력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비해 숙련된 인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시장 경쟁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심화하면서 인재 풀이 좁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가전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양사 간 인력 이동이 이전보다 과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삼성전자는 최근 LG전자 출신의 관련 전문가를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사업 특성상 시장 돌파를 위해 인재에 의존하는 바가 크지만, 전문가 풀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업체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과 빠른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극심한 인력 부족이 예견된 상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는 30만4000명으로 증가하지만 2021년 기준 반도체 인력 규모는 17만7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의 경영진이 직접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삼성전자는 최근 연세대와 서울대를 시작으로 포항공대(26일), 카이스트(27일), 성균관대(28일), 고려대(29일) 등 6개 대학에서 반도체(DS) 부문 석·박사 대상 '테크&커리어 포럼'을 연다. DS 부문 기술 담당 임원들이 참석해 조직문화와 주요 기술 등을 설명한다. SK하이닉스도 다음달 10일까지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등 5개 대학에서 석·박사 대상 채용 행사인 '테크 데이 2024'를 개최한다. 김주선 인공지능(AI) 인프라 담당 사장, 김종환 D램 개발 담당 부사장,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 등이 총출동해 학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음달 중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하반기 전임직(생산직) 직원 채용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도 모빌리티 신사업 육성 과정에서 인재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이어 기술인재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다. 모집 부문은 국내 생산공장(울산·아산·전주) 내 완성차 제조·조립,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연구·개발(R&D) 기술 등 2개 부문이다. 이달 서류 협격자를 대상으로 한 인·적성 검사, 9월 1차 면접, 10월 최종 면접 등을 거쳐 11월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아울러 현대차는 올 들어 공격적으로 반도체 설계 경력자 채용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내년까지 전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차세대 공용 플랫폼과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를 통합, 성공적인 SDV 전환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AI 등 기술 인재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급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면 연봉 100만달러, 그 이상을 주더라도 영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LG는 사내 R&D 전문가 워크샵을 통한 기술 발굴에도 힘을 주고 있다. 외부 전문가 충원뿐 아니라 기존 인력 간 시너지 강화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LG는 이날 8개 계열사 R&D 전문가가 모여 최신 기술 공유하고 R&D 난제 해결 방안 모색하는 행사 'LG 테크페어'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미래성장동력인 A·B·C(AI·Bio·Cleantech) 사업을 포함한 6개 분야 60여 개의 연구과제를 전시하고, 외부 전문가와 미래 기술 세미나를 열어 각 계열사 연구위원급 전문가들이 심층 논의를 펼친다.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은 "계열사 간 융복합 R&D 시너지를 일으키고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