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또 놓칠라…3년전 ‘패닉바잉’ 뛰어넘은 ‘영끌’

5대은행 주담대 증가폭 역대 최대로 불어나 7월 7.6조 급증…8월에도 22일 만에 6.1조↑ 규제완화에 '0%대 금리' 때보다 급증한 영끌

2025-08-26     이광표 기자
주택담보대출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과 신규 취급액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집값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오른 상태에서 매매까지 늘어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규모가 약 3년 전 코로나19 초기 '0%대 기준금리' 시대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의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심해져 여러모로 부동산·금융시장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 불었다. 7월 증가 폭은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월간 최대 기록이다. 8월에는 이 기록마저 한 달 만에 깨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565조8957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과 비교해 6조1456억원이나 더 늘었다.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은 만큼, 이 속도가 유지질 경우 이달 증가 폭은 7월(+7조5975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한 영끌은 높은 집값과 고가 주택 중심 거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5억원 초과 물건의 거래 비중은 각 10.57%, 4.42%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8월 22일까지)의 경우 각 비중이 15.95%, 7.75%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오른 데다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상향 조정되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 자체가 늘었다"며 "그 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고 강화돼도 대출금액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 가장 빠른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뿐 아니라 수도권 쏠림 현상도 걱정거리다. A 은행의 올해 6월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담보 물건에 대한 비중은 71%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71%)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70%대에 진입했다가 7월(69%) 소폭 낮아졌다. B 은행의 7월 수도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비중(68%)도 2023년 4월(74%)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실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서 은행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당초 예정된 0.75%포인트(p)보다 큰 1.2%p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한도를 더 줄이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이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과 함께 플러스모기지론(MCI·MCG)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현재 지역별로 ▲ 서울 5천500만원 ▲ 경기도 4천800만원 ▲ 나머지 광역시 2천800만원 ▲ 기타 지역 2천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KB국민은행 역시 대출금리 인상만으로 수도권 등 가계대출이 쉽게 잡히지 않자 아예 신규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투기 수요 억제 차원에서 지난달 29일부터 다른 은행으로부터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