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 침체의 그늘…깊어지는 소비 양극화의 골
사치품 과세액 2020년 후 역대 최대치 기록해 불황형 소비, 중저가 상품 생산‧유통하는 업체 위협
2025-08-26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고착화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박성훈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고가 사치품에 대한 과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0년 이후 고가의 사치품에 대한 과세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고가 사치품에 매기는 개소세 과세액은 전년 대비 12.8% 늘어난 319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452억원의 과세액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120.17%) 넘게 늘었다. 보석·귀금속에 대한 개소세 과세액은 9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54% 늘어난 수치다. 2020년 344억원과 비교하면 173.83% 증가했다. 고가의 시계와 가방은 각각 1398억원, 692억원이 과세됐다. 전년 대비 8.2%, 16.7% 늘어났다. 사치품 개별소비세 과세액이 3000억원을 돌파한 원인이 단정적으로 MZ세대의 명품 선호나 소비 양극화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에서 케이(K)자 양극화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서민들은 생활필수품까지 10원, 20원을 따져가며 소비하고 인플레이션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은 지속적으로 소비를 이어가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기조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 경제활동이 셧다운되고 공급망 불안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 서민들도 어려움을 겪지만, 중저가를 공략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 원부자재 가격과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가도 올려야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수 소비자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가성비 제품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또한 해외 사치품과 중국발 초저가 상품으로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얼어붙은 서민의 소비 심리를 살리고자 경기부양책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지만, 한동안 시장 회복은 더딜 전망이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6월 100.9로 상승했고, 7월에도 2.7포인트 오른 103.6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수 중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은 지난달 기준 각각 91, 95로 여전히 100을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낙관적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경제 전반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6, 7월의 지수 상승이 휴가철 요인을 받은 것일 뿐 소비가 회복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고금리로 서민들은 주거비‧대출이자 지출이 늘어 필수재 소비도 줄이는 상황”이라며 “해가 갈수록 소비 양극화가 뚜렷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