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승인신약에 18억원 현금 제공… 현지업계 ‘먹튀’ 우려

상하이시, 신약 개발 진전 기업에 10억~100억원 상당 현금 제공 中연구계, 지원금 횡령 성행… “연구개발 집중할 환경 먼저 소정돼야”

2025-08-2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의 제제로 중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투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중국 상하이시가 글로벌 진출 등 성과를 낸 기업에게 수십억원 현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중국 현지 업계에선 오히려 이번 제도를 악용한 ‘먹튀’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7일 중국 관영매체 중국일보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최근 최첨단 바이오의료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번 지원조항에는 국제적으로 등록 및 인증을 받은 혁신적인 제품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 제공이 포함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mRNA, 합성생물학, 재생의학 분야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약물 연구개발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 세계보건기구,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에서 혁신의약품, 현대 중의학,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등록 승인을 획득하고 해당 국가에서 판매를 실현한 상하이 기업은 현금 지원을 받게 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의하면, 상하이시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상하이에 소재한 기업 중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진전을 보이는 회사에게 최대 1억위안(한화 약 186억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치료제나 의료기기가 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기업에 최대 1000만위안(18억원)의 현금 포상금을 제공하며, 자체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개발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최대 500만위안(9억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주식 시장 침체로 인한 자금 경색과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국제 투자자들의 자금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L.E.K. 컨설팅에 따르면, 현지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투자는 2021년 124억달러에서 지난해 34억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상하이시는 투자 부족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들에게 현금을 풀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중국 연구 업계에선 국가 지원금 횡령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시가 제시한 지원금 투자 기준이 모호한 만큼, 일부 부도덕한 기업이 현금을 착복해 정작 돌아가야할 곳에 예산이 책정되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연구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특권을 악용해 정부 지원금을 횡령하기 쉽단 점이다. 중국 대학교들이 공개한 횡령 사례를 살펴보면, 현지 명문대학 저장대학교에 재직했던 천모모(吴某某) 교수는 국가중대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위한 중앙정부 자금 945만위안(약 17억원)을 편취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천 교수는 환경자원학부 부사장, 저장대 물(水)환경 연구소 원장, 제11차 전국위원회 위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8,9기 저장성위원회 중국민주주의추진부주석을 거친 거물이다.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국가 주요 과학기술 프로젝트의 외주업체로 등록하고 연구자금을 횡령했다. 외부 기관과의 협약 체결 여부가 지원 대상이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텐진에 위치한 모 사범대학의 얀(严) 부교수는 같은 지역 기업 대표 마씨와 공모, 대학을 대표해 24건의 연구 및 기술 개발 계약을 동시에 체결했다. 총 계약 금액은 인민폐 1400만위안(한화 약26억원)이며, 마씨 기업 계좌에 입금됐다. 학교는 계약 금액의 20%를 지원하는데, 둘은 해당 금액을 얻기 위해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중국 P대학교 화학부 석사생은 “자금이 모이지 않아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없는데, 성과를 내야 돈을 준다는 정책은 모순”이라며 “이미 현지 연구업계에선 눈먼 정부 지원금이 줄줄 새고 있다. 연구자가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설립하거나, 정부 신용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펀드를 형성해주는 것이 더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도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축소한 상황에, 기업들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정부 지원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막상 개발되고 나니 다들 '숟가락 얹기'에 바빴다. 얼마전 FDA의 승인을 받은 렉라자에 대해 정부 기관의 자화자찬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 금전적 지원에만 한정됐다. 국내 투자 시장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만큼, 중국의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