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지는 좋은데… AI 교과서 문해력 저하 논란

교육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본격화 계획 교사 중 대부분 문해력 저하 및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

2025-08-27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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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오는 2025년 1학기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 졸속추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논의를 넘어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학생 수준별 맞춤형교육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각자 역량에 맞는 목표를 자기주도적으로 성취 가능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 현장에서는 문해력 저하와 기계적 학습의 위험성 등을 경고하며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고민정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학부모들은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실이 엠브레인을 통해 지난 7월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정책에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을 한 학부모는 31.1%였고, '동의한다'는 답은 내놓은 30.7%를 기록했다.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 우려돼서'라는 답이 39.2%로 가장 많았고,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해될 것 같아서'라는 답이 35.7%로 뒤를 이었다. 이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앞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는 학부모의 82.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다. 고 의원실이 전국 초·중·고교 교원 1만966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3.6%에 달했다. 이들은 '학습 효과성 의문'(35.5%) '디지털 기기 과의존 우려'(25.7%) 등의 이유로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 요구에 5만6505명이 동의하는 등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해당 청원은 뇌과학자·정신의학자·교육전문가 등이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부작용과 유해성을 경고했음에도, 교육 당국이 무리하게 교실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더욱 객관적이고 과학적 영향 평가가 진행한 후 정책을 펼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기계적인 교육이 교사와 학생들의 상호작용은 물론 사고력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효진 세명대 교수가 중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이용 만족도를 연구한 결과, 교육자와 학습자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상호작용성’이 △사용용이성 △사용효용성 △시스템품질성 등 다른 요인보다 낮은 평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문 교수는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취지 중 하나가 교육자와 학습자 그리고 학습자간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디지털교과서의 상호작용성을 만족할 수준으로 평가받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AI는 데이터에 의해 답을 내놓은 것인데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메타 인지시스템이 학생의 학습 패턴과 문제풀이 패턴을 분석한다고 하는데, 서술형 문제를 틀릴 경우 왜 틀렸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 학생에게 맞는 학습방법으로 실력을 키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교육데이터 개방 확대에 따라 디지털교과서 사용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교육데이터 서비스 시스템'(EDSS)을 개편해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개방용 데이터 제공 범위는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3년 경과한 학업성취도 데이터는 연구자에 100% 제공되고, 수능 데이터 또한 100% 공개될 전망이다. 송근상 한산초교 교사는 “교육 정보의 전면 공개와 데이터 수집·분석은 초경쟁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수능 공화국에서 교육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식별 처리를 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전면 공개 하겠다는 결정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교과서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학생 등수 표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