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열관리'에 꽂힌 K-산업

車업계, 실내‧배터리 열관리 기술 고도화 총력전 “모빌리티 전환 트렌드”…차량 거주성‧성능 향상 삼성‧LG전자, 글로벌 HVAC 사업 확대 드라이브

2024-08-27     김명현 기자
나노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친환경·인공지능(AI) 확산과 맞물려 '열 관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업계는 전동화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열 관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차량 내 거주성과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는 열 관리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하는 리서치랩 중 '통합열관리리서치랩'을 설치하기도 했다. 개발된 최첨단 열관리 기술은 현대차·기아 차량에 속속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시대의 차량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 온도 제어 기술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중 차량 유리 부착 시 실내 온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나노 쿨링 필름'은 지난해 여름 선보인 나노 소재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기존 틴팅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해주는 역할만 한다. 때문에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현대차의 '나노 쿨링 필름'은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파키스탄에서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70여 대의 차량에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겨울철 열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뿐만 아니라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온도 제어의 핵심으론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양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된다"고 밝혔다. 실내 난방 에너지 절감은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차량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전기차 '열 관리(공조) 시스템'을 신사업의 핵심으로 밀고 있다. 내년까지 통합 열 관리 시스템 제어용 모듈 등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또 세계 2위 차량 열 관리 기업인 한온시스템은 세계 최초 4세대 히트펌프 시스템 등 기술 고도화에 더욱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인수에 뛰어들며 종합 자동차 부품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열 관리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는 건 전기차의 안전과 무관하지 않다. 다수의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다. 배터리 내 화학 반응은 온도 상승에 따라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적 운영 온도는 25~35℃ 사이로 알려졌다. 최적 온도 대비 현저히 낮거나 높다면 주행거리와 배터리 내구 수명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에서도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VAC 기술은 건물의 냉방, 난방, 환기 제어 설비 제작에 활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가 된 가운데, 건물 내 쾌적함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이 중요해졌다. 특히 HVAC 사업 내에서도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냉각 시설로 활용되는 '칠러(초대형 냉방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 북미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레녹스는 직영점과 협력 건설사를 통한 유통망을 갖춘 북미 HVAC 시장 3위 기업이다. LG전자 역시 칠러 등 냉각 장비와 공기순환 냉각장비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