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화내빈’ 이커머스 업계…M&A·IPO 한파
컬리·오아시스 등 IPO계획 신중히 재검토 투자심리 위축…“이커머스 수익성 중요”
2025-08-28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빈 ‘외화내빈(外華內貧)’ 형국에 놓였다.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주식 상장과 매각 등을 진행 중인 컬리·오아시스닷컴·11번가·SSG닷컴·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상장 및 매각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도 냉담해지며, 당분간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장 소식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투자자들은 수익성보다는 향후 흑자 전환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해, 거래액만 키우면 이커머스의 적자는 초기 투자에 대한 기업가치를 높이는 필수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달라져 이머커스의 수익성을 투자의 중요 가치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큐텐 그룹이 ‘상장만 하면 된다’는 기조로 무리한 인수를 하다가 티메프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업계가 제대로 된 수익성을 보증하기 전까지 상장해선 안된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컬리는 지난해 말 월간 영업전상각이익(EBITDA) 흑자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였으나, 상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컬리는 이후부터 현재까지 손익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후 컬리는 주간사와 협의해 좋은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내년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도 올해 2분기에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장을 준비 중이었지만, 티메프 사태의 영향으로 11번가를 인수해 상장으로 향한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오아시스는 11번가 측에 주식교환(제분 스와프) 방식의 M&A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당하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오아시스는 창사 이래 12년간 흑자기조를 이어온 만큼 여전히 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티메프 사태와 FI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상장 계획에 타격을 줬다. 인수를 밀어붙이던 기조가 한풀 꺾이며 당분간은 상장 추진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각 방침을 정한 11번가는 티메프 사태와 같은 악재로 인해 향후 IPO나 매각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고 지분 18.18%를 넘겼다. 당시 SK스퀘어는 보장 수익률 연 3.5%, 5년 내 기업공개(IPO)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4년째 적자를 내면서 상장에 실패했다. FI 주도로 매각을 시도 중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2019년 2조원을 웃돌던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최근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SSG닷컴도 상장을 앞두고 있던 기업 중 하나였으나, 최근 시장 상황과 업계 분위기를 감안해 상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SSG닷컴도 11번가와 마찬가지로 IPO 지연에 따른 FI의 자금 회수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 등 FI는 SSG닷컴에 상장을 전제로 1조원(지분 30%)을 투자했다. SSG닷컴이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자 FI는 신세계그룹에 풋옵션을 요청하며 갈등을 빚었다. 올해 6월 양측이 극적으로 풋옵션 행사 대신 FI가 보유 중인 SSG닷컴 주식을 제3자에 넘기기로 했지만, 올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이를 되사야 하지만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는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올해 6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일부 기업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직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8% 정도인 알짜이지만 M&A 시장을 표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쿠팡처럼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더는 생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또한 티메프 사태 이후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정부의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IPO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