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늘구멍 된 쥐구멍…더 좁아진 취업 통로
2025-08-28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쥐가 드나드는 공간을 쥐구멍으로 일컫는다. 아주 좁은 구멍을 여러마리가 함께 통과하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통로가 좁아지면 쥐들의 행동에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좁은 통로를 통과하기 위해 서로 몸을 부딪히며 경쟁한다. 결국 동족상잔을 펼치고, 바깥에 남아 도태되는 개체가 나타난다. 기존에 집으로 돌아간 쥐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한 들어갈 수 없는 형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취업준비생의 현실과 같다. 채용문은 연일 좁아지고 있는 한편, 대기업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봉과 복지 등의 대우뿐 아니라, 사회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대기업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대기업 채용은 더 줄어드는 추세다. 인크루트가 7월 8일~7월 31일 국내 기업 808곳(대기업 103곳, 중견기업 117곳, 중소기업 588곳)을 대상으로 ‘2024 하반기 채용 동향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대기업 중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35%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보다 무려 43.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인크루트가 자체 조사한 10년간 데이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하반기 대기업 입사 희망자는 더욱 힘든 여건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채용 규모도 ‘확’ 줄였다. 채용계획이 있어도 한 자릿수를 고려한다는 대기업은 53.8%에 달했다. 세 자릿수를 뽑겠다는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대기업 취업준비생들의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는 결론이다. 취업전선에서의 적극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의 취업 시험 준비 안 함 비중이 지난해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 ‘쉬었음’ 청년은 39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코로나 유행 초기인 2020년(46만2000명)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부 특수를 누리는 업종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전반적인 회복을 달성하지 못했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만큼, 기존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사도 적다. 인력을 확대하기 위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도 새로운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어렵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먼저 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발언은 전공과 별개로 기업들이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본인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기술도 두루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최저 수준의 입사 조건을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면, 바늘구멍도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