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천 호텔 화재 참사가 보여준 총체적 안전 불감의 민낯
2025-08-28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지난 8월 22일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인명 구조용 소방 에어매트에 뛰어내린 투숙객이 사망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 대비 측면에서 여전히 후진국형 사고 공화국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총체적 안전 불감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후진적인 재난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미비점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화재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내부에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숨진 7명 중 5명이 질식사였다. 나머지 2명은 8층에서 호텔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다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화재 대비와 대피 기본을 안 지켜 피해가 커졌다고 말한다. 대형화재 참사 때마다 ‘안전불감증’과 ‘후진국형 인재(人災)’는 지속적인 반복되는 화두이자 우리 사회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화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는 호텔 측에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아래층의 다른 객실로 옮겼다고 한다. 이후 타는 냄새가 난다고 했던 바로 그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호텔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하면 호텔 관계자는 객실로 득달같이 뛰쳐 올라가 문제의 객실을 확인했어야만 했다. 그게 기본이며 의무이자 책임이다. 하지만 이 호텔 직원은 그 일을 하지 않았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8월 26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810호는 투숙객 없이 비어 있었고 방문은 열려있어 연기와 화염확산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8월 26일 소방청의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3년 최근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 발생하여 32명이 사망하고 355명이 부상하여 38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208억 1,643만 5천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만도 지난 8월 26일까지 274건이 발생하여 2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하여 62명의 인명 피해와 63억 9,334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숙박시설 중 호텔로 범위를 좁혀봐도 같은 5년간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26건이 발생하여 12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부상하여 6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23억 999만 1천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만도 지난 8월 26일까지 58건이 발생하여 7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하여 29명의 인명 피해와 6억 6,800만 3천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숙박 종류별로 보면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가 6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숙박시설 화재 3건 중 한 건이 모텔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어 펜션(328건), 호텔(274건), 기타 숙박시설(230건), 여관(218건)이 뒤따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호텔 측 대응이나 안전의식은 전혀 없었다. 불이 난 호텔은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로 객실이 64개에 달하지만 모든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의 관리 등)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ㆍ관리해야 하는 소방시설)와 별표4에 따르면 층수가 6층 이상인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1990년 이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은 없었다. 이후 1992년에 16층 이상 아파트 가운데 16층 이상의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됐고 점차 규정이 강화됐다. 하지만 해당 호텔은 2003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소방시설기준 적용의 특례)에 의거 화재안전기준이 변경되어 그 기준이 강화되는 경우 기존의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에 대하여는 변경 전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 지난 8월 24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화재 최초 신고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9분 20초에 접수됐고, 3분 만인 오후 7시 42분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또 신고 4분 만인 오후 7시 43분 부천소방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119 신고 접수 요원은 정확한 호텔 이름을 여러 차례 되물어 확인한 뒤 불이 난 지점을 물었다. 이에 신고자는 “여기 객실이요. 810호요”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발화 지점을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신고 접수 18분만인 오후 7시 57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이 됐다. 또한 지난 8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확보한 부천 중동의 이 호텔 ‘소방활동 자료조사서’에 따르면 부천소방서는 지난 5월 화재발생 호텔에서 소방 조사를 진행하고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소방서는 “숙박시설이므로 화재 발생 시 다수 인명피해 우려가 있다”라거나 “주변 건물이 인접해 배치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연소 확대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인(호텔 소방안전관리자)에게 소방시설 점검과 화재 예방을 철저히 하고 기타 안전사고 방지와 인명 피해 방지를 철저히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에어매트(공기 안전매트 │ Safety Air Cushion)’에 뛰어내린 2명의 투숙객이 모두 숨진 상황은 납득(納得)하기 어려운 참으로 이례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에어매트는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발명됐다고 하지만 정확한 연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1946년 12월 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와인코프 호텔(Winecoff Hotel)에서 일어난 화재로 당일 투숙객 304명 중 119명이 죽었고 65명은 부상을 당했으며, 120명은 별 상처 없이 구출되었다. 사망자 중 32명은 추락사했는데 당시 호텔에서 불을 피해 아래로 떨어지는 ‘데이시 매쿰버(Daisy McCumber)’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3층 창문에 있던 차양에 떨어졌고 이게 충격을 완화하여 목숨을 건졌으나 심각한 골절상을 입어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조지아 공과대학에 다니던 24살의 ‘아놀드 하디’는 호텔 차양에 떨어진 ‘데이시 매쿰버’를 사진에 담았고, ‘아놀드 하디’의 사진을 당시 AP 통신은 300달러를 지불하고 사들였으며 194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화재는 확산 과정에서 유사점이 많았기 때문에 25년 후인 1971년 12월 25일 오전 9시 50분, 서울 충무로에서 일어난 한국의 대연각호텔 화재(163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와 많이 비교되며, 2017년 6월 영국에서 흡사한 사건이 터졌다. 미국이 에어매트 원조라면 독일은 대중화에 앞장섰다. 옛 서독은 1961년 베를린 장벽을 건설하면서 장벽 주변에 에어매트를 깔았다. 베를린 장벽을 넘어 자국 땅으로 떨어지는 옛 동독인들을 살리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에어매트는 화재 또는 자살 시도 등으로 높은 곳으로부터 추락하는 급박한 상황이 돌발했을 때, 지상에 설치하여 추락하는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탈출 수단이 봉쇄됐을 때 불가피하게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장비이다. 그렇기에 「소방시설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별표1] 소방시설(제3조 관련) 종류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소방장비관리법 시행령」 [별표1] 소방장비의 분류(제6조 관련) 8호 ‘보조장비 : 소방업무 수행을 위하여 간접 또는 부수적으로 필요한 장비’ 마목 ‘그 밖의 보조장비’로 안전매트를 분류하고 있고, 소방 사다리차에 적재되어 있으면 보유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소방 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 [별표1] 소방장비의 분류 및 내용연수(제4조 관련)에 따르면 그 밖의 보조장비(중분류 05) 중 (공기주입형 인명구조매트) 내부에 공기를 채워 충격을 흡수시키는 매트(02)의 내용연수는 7년이다. 무엇보다도 에어 매트는 최후에 사용하는 보조적인 피난 장비일 뿐 안전성이 확보된 게 아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푹신할 것 같지만 충돌의 충격이 상당하고 잘못 착지할 경우 부상 위험도 매우 크다. 따라서 비상계단이나 완강기로 최대한 낮은 곳까지 지면에 가장 가까운 곳까지 먼저 피난을 시도하는 게 순리다. 시중에 판매되는 에어매트는 5층 형·10층 형·15층 형·20층 형 등 층형 별로 구분된다. 일선 소방서도 이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층이 높을수록 제품 규격은 커지는데 20층 형 크기는 가로 10m·세로 7m·높이 3m 정도. 최대로 잡았을 때 그 높이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일 뿐 모든 충격을 견뎌낸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소방장비의 성능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은 현재 에어매트 중 15m 높이 즉, 5층 형만 인증해주고 있다. 더 높으면 피난 장비로서 제 기능이 발휘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어매트는 매트 안에 송풍기나 압축된 공기호흡기 봄베로 공기를 주입하여 설치한다. 한 번 설치하는 데 20~30초가 걸리고, 공기가 빠진 뒤 원형 복구에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며 쉼 없이 지속해서 공기를 불어 넣어야만 한다. 또한 공기량이 너무 많으면 뛰어내린 요구자가 반(反)작용으로 인해 튕겨 나가 제2의 추락사고로 이어진다. 따라서 에어매트 안의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여야만 한다. 매트에 뛰어내릴 때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번에 한 명씩 낙하해야 한다. 그것도 매트 한가운데 떨어져야 부상 위험이 적다. 에어매트가 인명을 제대로 구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사람이 떨어지며 가하는 충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평평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최소 40~50㎡ 크기의 평평한 공간이 없으면 에어매트는 무용지물이다. 공간을 확보해 에어매트를 깔아도 10층 이상 높이에서 떨어지면 완충 효과가 거의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에어매트(7.5×4.5m) 크기는 고층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안전하게 뛰어내릴 목표지점(착지점)을 붉게 표시하고 최후의 선택임을 표기할 필요가 있다. 논란은 에어매트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재로 탈출구가 막힌 긴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연한이 7년인데 18년째 사용 중이라거나 에어매트가 반동으로 뒤집혔다거나 경사로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거나 게다가 에어매트 설치 시 안전 확보를 위해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거나 모두 일리 있는 지적이다. 우선 내용연수가 지났지만 심의를 거쳐 재사용 중이었고 경사로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것도 맨바닥 추락만이라도 막아보자는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인만큼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이다. 특히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는데 현재의 소방인력으로는 네 귀퉁이에 배치할 인력은 아예 없다. 소방인력 산출의 기초는 소방장비를 활용하는 최소한의 인력인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선착대(先着隊)의 사전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연가, 병가, 휴가, 교육 등으로 상시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게다가 3조 3교대 근무로 경찰의 4조 3교대 근무는 ‘언감생심(焉敢生心 │ 감히 바랄 수도 없음)’이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하루 24시간을 소방은 3명이 경찰은 4명이 나눠 맡는 셈이다. 업무의 특성상 적절한 비교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소방공무원은 2022년 6만 7,000명으로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 780명으로 경찰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는 393명보다 1.98배 많다. 소방의 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가 에어매트를 ‘안전매트’라고 믿고 몸을 내던졌지만, 에어매트가 정작 뒤집히면서 이들의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는데 누구보다 가슴 아파할 이들은 현장의 소방관들일 테다. 차제에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两面敎師) 삼아 에어매트를 고정하는 방법을 포함한 「공기안전매트의 설치 및 구조 매뉴얼」을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