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걸림돌 ‘가품’…뷰티·패션 강국 위상 ‘흠집’
올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 21.3% 증가…중소기업이 수출 주도 해외 플랫폼 유통 가품 16만건 이상…AI 모니터링 도입 기업 늘어
2025-08-28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화장품과 패션 산업이 수출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해외 플랫폼에서 위조품 근절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K-뷰티와 K-콘텐츠 수요 증가로 화장품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화장품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출기업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해 8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21.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시장의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일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23% 감소한 28억1000만달러였으나, 미국으로의 수출은 44.3% 증가한 12억3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에만 5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화장품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과거 화장품 수출 중심이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비중은 2013년 89.2%에서 올 상반기 32.3%로 축소했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추세에 품질 좋은 한국산 중·저가 화장품 선호도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품목 1위는 화장품으로 전년 대비 수출액이 30.8% 증가한 33억달러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온라인수출 최대 품목 역시 화장품으로, 올 상반기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스페인은 4606%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패션 역시 K-콘텐츠의 영향으로 일본과 홍콩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화장품과 패션 수출이 늘어나자, 정부는 ‘전자상거래 수출기업 관세행정 지원방안’을 마련해 수출 신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세 환급 범위도 확대하며 수출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수출기업 상당수가 무역과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중소상공인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한국 화장품과 패션 상품 수출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위조품 문제로 고심 중이다. K-브랜드 보호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유통 중인 우리 기업의 위조상품 차단 건수는 16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위조 상품이 가장 많이 유통된 국가는 중국으로 3만490건이었으며, 그 뒤를 인도네시아(2만715건), 싱가포르(2만1103건), 말레이시아(1만5322건) 등이 이었다. 지난해 위조상품이 가장 많이 유통된 플랫폼은 쇼피로, 우리 정부를 통해 차단된 사례만 9만8909건이었다. 그 뒤를 라자다(9490건), 토코피디아(8901건), 타오바오(7657) 등이 이었다. 해당 통계가 유통이 차단된 사례만 집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많은 위조 상품이 해외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브랜드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며칠 후 해외 플랫폼에 같은 디자인의 상품이 도배될 정도로 가품 유통이 심하다”면서 “최근에는 도용 방법도 교묘해져 그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품 모니터링 솔루션 도입을 늘려가는 중이다. 일례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가품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마뗑킴, 미스치프, 아더에러,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은 위조상품 탐지 및 제재 자동화 플랫폼 마크비전을 도입했다. 민간 기업에 이어 정부도 AI를 활용한 가품 탐지 솔루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는 “올해 10개 브랜드에 AI 활용 가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브랜드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해당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많은 한국 기업이 AI를 통해 가품을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