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LG전자 차기 사령탑은 누구?

남용 부회장 연임 vs 구본준 부회장 화려한 컴백 놓고 재계 설왕설래

2009-11-06     이진영 기자

[매일일보 = 이진영 기자] 2007년 1월 출범한 LG전자 남용 부회장 대표이사 체제가 올해 말로 3년을 맞는다. 남용 부회장의 임기가 이제 2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재계에서는 남용 부회장이 과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누군가 다른 카드가 제시될지를 놓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대표이사직은 LG그룹 직원이라면 누구나가 선망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매번 대표이사 교체시기가 되면 보이지 않는 자리싸움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하며, 이를 바탕으로 증권가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저러한 추측이 나돌게 마련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인사권자인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발언 하나 하나에 모두들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차기 대표이사의 조건은 무엇인지가 구 회장의 입을 통해 제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 “LG, 지금까지의 좋은 실적은 환율 때문” 쓴소리

LG전자 대표이사인 남용 부회장은 올해 말로 3년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남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연간 3조5000억에서 4조원 가량의 사상최대이자 전년대비 2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 LG전자가 내놓은 신상품 중에서 이렇다 할 히트제품이 없었다는 점과 함께 남 부회장이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온 LG전자의 글로벌화 작업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점은 남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특히 재계 주변에서는 남용 부회장이 2007년 대표이사로 임명되고 지난 3년 동안 괜찮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환율 등 외생변수의 덕을 본 측면이 크고, 남 부회장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뚜렷한 업적이나 성과는 없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0월 13일 300여명의 그룹 경영진이 참석한 ‘임원 세미나’에서 한 발언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구 회장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LG가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은 것 뿐, 환율 강세되면 어려움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LG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단기 실적 위주 전문경영인 한계?

실제로 LG전자의 최근 실적을 보면, 제품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디오스나 트롬 같은 히트브랜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영업이익을 낸 것도 제조업 자체가 환율 영향을 많이 받을뿐더러, 그 영향이 환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LG전자가 나와 남용 부회장의 오너 리더십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남용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던 것은 LG텔레콤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남 부회장이 LG텔레콤의 실적을 끌어올린 방식은 직원할당제 등 ‘쥐어짜기(?)’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직원할당제는 협력회사에 대한 강제 할당으로 전이되는 효과까지 낳아 사내 불만은 물론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손상을 가져왔고, 이런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으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템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 부회장은 LG전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가전 강자를 넘어서 글로벌 리더로 가야한다”, “외부 아이디어 흡수를 하는 오픈기업을 만들자”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내외적으로 혁신 경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쥐어짜기에 길들여진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구본준 카드 기용설, 단순 추측일까?

재계 일각 ‘오너십 경영’ 기대

남용 부회장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덕분(?)인지 재계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화려한 컴백이 히든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경영인에 의한 단기실적 위주 경영의 한계를 오너경영인 기용으로 메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 그룹 관계자는 5일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잘 모르겠다. 지금 매우 예민한 부분이라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한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며 말을 아꼈다.

남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던 2007년 1월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서 밀려나 LG상사 대표이사로 갔던 구본준 부회장은 남 부회장과는 반대로 새 보금자리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LG상사의 영업이익은 2008년 3분기에 237억으로 전년대비 132.4% 증가, 4분기는 704억원으로 전년대비 169.2% 증가, 올해 1분기는 387억원으로 전년대비 33.9% 증가, 2분기에는 627억원으로 전년대비 80.7% 상승했다.무역상사의 경우, 수출입을 병행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외생효과는 제조업체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구본준 부회장 체제의 LG상사가 거둔 실적이 알짜배기라는 것을 의미한다.LG상사가 최근에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3~4년 전 투자한 자원개발 사업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의 광구에 지분 투자해 배당 수익을 얻거나 생산물에 대한 중개 무역으로 수익을 올리던 과거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위험도가 높은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이는 단기실적 위주의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내리기 쉽지 않은 결단이다.여기에 더해 LG상사가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직원 교육비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 부회장의 “종합상사는 사람이 자산”이라는 경영철학이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