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두고 충돌한 尹·韓···한달도 안 돼 '의대 증원'으로 재격돌
韓, 대권 고려해 '지지율 고전' 尹과 차별화 해석 尹-韓 만찬 추석 이후로 연기···갈등 영향 분석
2024-08-28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불과 3주 만에 또 다른 현안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을 거절한 상황에서 한 대표가 재차 같은 요구를 하면서 갈등은 더 표면화 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음에도, 한 대표가 재차 유예안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당정 간 불편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 대표는 앞서 2025년에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수업미비자와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련해 한 총리는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 대표가) 2026년 증원을 유예하면 (의정 갈등이) 좀 더 쉽게 풀릴 것 같다'고 했고, 검토를 해봤는데 정부로서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확한 정부 입장이 나온 상황에서 한 대표가 재차 유예안 수용을 촉구하자 당정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한 대표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증원 유예안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적었다. 여당 대표가 사실상 정부 정책에 '속도 조절'을 요구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회동을 추석 연휴 뒤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의료개혁 의지를 꺾는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이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추석 민심을 듣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표는 만찬 연기 소식이 보도된 뒤에도 "(만찬 연기에 대해) 따로 얘기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인 것은 김 전 지사 복권 문제 이후 약 3주 만이다. 여권 내에선 당정 일치가 아닌 갈등하는 모습을 더 자주 노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노리는 한 대표가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윤 대통령과 본격적인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대 증원 유예를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보도는 누가 봐도 여당에서 흘린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대선 주자로서 자기가 살아야 하니까 '대통령이 우리 말 안 듣는다'고 고자질하는 것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정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게 전과 비교해 너무 잦다"며 "지금 상황은 확실한 차별화"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정갈등이 당정갈등으로 번진다'는 해석에 대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최우선"이라며 "거기에 대한 논의 중이고, 어떤 게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시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대란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라며 "당이 (정부에)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지도부'의 일원이면서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로 통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유예를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 없다"며 "의료 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