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합병 과정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 계속 발생”
지배구조 개선 연구기관 간담회…‘이사 충실 의무’ 의견 수렴
2024-08-28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합병이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들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과 관련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이 이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반대 의견 등이 다양하게 나왔다. 양측 모두 합병 등 주요 행위에 대한 개별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별도 조항을 신설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구체화하고,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 및 면책조항(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신설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정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송 남발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합병 등 구체적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원포인트 제도개선, 즉 합병가액 산정기준 개선, 특별위원회 심의 의결, 일반주주 동의 절차 신설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현재 개정안의 포괄적 특성·불명확성으로 인해 경영상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명확한 행위 기준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규정을 기반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경영계는 이사 충실의 의무에 주주로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실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늘어나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총의 의뢰를 받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와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도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