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법·구하라법 등 민생 법안 본회의 통과···간호법도 '극적 타결'

28일 여야 합의로 통과···尹, 거부 않고 공포할 듯 22대 첫 합의 처리···쟁점 법안 재표결도 다음에

2025-08-28     이태훈 기자
28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과 '구하라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아울러 여야 간 다소 이견을 보이던 '간호법'도 막판 논의를 거쳐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은 모두 여야 협의를 거친 법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없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전세사기특별법은 재석 295명, 찬성 295명으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통과된 특별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은 뒤 그 차익을 임대료로 사용해 피해자에게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례로 감정가 1억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7000만원에 낙찰받으면 차액인 3000만원을 임대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야당은 그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보증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의 '선 구제·후 회수' 방식을 주장해 왔으나, 피해자 구제를 더 늦춰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경매 차익 지원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는 최대 7억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당초 한도 기준은 3억원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5억원까지 재량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이를 각각 2억원씩 올려 한도를 5억원, 위원회 재량으로는 7억원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 피해자는 LH가 낙찰받은 집에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10년간 무상으로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으며, 이후 10년간은 공공임대 수준의 임대료로 살 수 있다. 피해자가 다른 집에서 살기를 원할 경우에는 LH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우선 체결한 뒤 피해자와 재임대 계약을 맺는 '전세임대' 방식으로 지원한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이날 찬성 284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같이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본회의 전날까지도 처리가 불투명했던 간호법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 대란 장기화 속 간호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여야 의지가 맞아떨어졌다. '진료 지원(PA) 간호사' 합법화 근거를 핵심 내용으로 담은 간호법은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의결됐다. 이로써 합법과 불법 경계에서 일하고 있던 PA 간호사 1만6000여명의 업무 범위가 규정돼 이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간호법의 주요 쟁점이었던 간호사의 PA 업무범위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이나 교육과정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하도록 했다. 진료보조 및 진료보조 업무에선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하되 구체적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문제는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커 이번 간호법에선 제외됐다. 이밖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가져가려 할 때 법원에 이를 막아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범죄 피해자가 사망해도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한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취약계층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에서 누락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게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등도 의결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이 모두 여야 합의를 거친 만큼, 윤 대통령도 그대로 공포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오랜만에 형성된 협치 분위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표결은 이날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