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속 은행권 기업 부실채권 급증...연체율도 악화일로
고금리 장기화에 부실 규모 쑥...부실채권만 14.4조원
'떼인 돈' 늘어나는 5대 은행 상각 부실 대출만 '1조'
2025-08-28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외 시장환경 악화 등으로 올 2분기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지속 상승했다는 뜻인데,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 규모보다 신규 부실채권이 더 크게 증가한 탓이다.
고금리 충격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대출의 질 악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2024년 6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2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53%로 전분기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1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조원 증가했다. 기업여신(11조6000억원), 가계여신(2조6000억원), 신용카드채권(2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9000억원 늘어어나며 2조원 가까이 부실규모가 불어났다. 대기업(5000억원) 부실채권은 전분기 대비 200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4조5000억원)은 부실채권이 1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상·매각 3조2000억원, 담보처분 통한 여신회수 1조2000억원, 여신 정상화 7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부문별 부실채권비율을 보면 전체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0.65%)은 전분기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여신(0.44%)은 전분기말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여신(0.77%)은 0.08%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중소법인(1.00%)은 전분기말 대비 0.11%포인트, 개인사업자여신(0.44%)은 0.03%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올해 2분기 은행 부실채권비율은 부실채권 정리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규부실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소폭 상승한 모습이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코로나19 저금리 시기인 2022년 9월에 최저점(0.38%)을 기록한 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말 0.7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금감원은 전했다.
특히 국내 5대 은행이 손실로 떠안은 부실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똑같은 형태로 지난해에도 2조원이 넘는 부담을 떠안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상각한 부실채권은 총 1조6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 등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들의 이같은 부실 대출 정리 작업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앞서 이미 조 단위의 여신을 털어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2조2166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상각을 단행한 상태다. 은행들이 회수를 포기하는 대출이 확대됐다는 건 그 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차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연체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4년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 내년부터는 은행권 여신 건전성 관리도 한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불어난 개인사업자대출과 이를 둘러싼 금융지원 종료 등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부담을 크게 덜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