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마이웨이' 尹 선언, 韓 지도부 당정 관계도 '살얼음'
한동훈 2026도 의대증원 유예 주장 尹 '위기 없어' 단칼 거부
당정 갈등 질문에는 韓 "갈등 아냐" 尹 "소통 원활" 신중
2025-08-29 조석근 기자
2026년도 의대증원을 유예하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당 대표의 긴급 현안에 대한 제안을 "당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으로 일축한 것이다. 다만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 자체에 대해선 "당정 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제했다.
한동훈 대표 역시 의대증원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이견이 '당정 갈등'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의대증원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여전한 만큼 당정간 파열음이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대표의 의대증원 제안을 두고 당과의 소통이 원활한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 내각과 당내 소통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되겠느냐"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원활히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당정협의도 꼬박꼬박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당 의원들, 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뿐 아니라 찾아오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당정간 전혀 문제가 없고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증원 강행에 따른 전공의이탈과 의료현장 위기 우려에 대해선 "의대 증원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그런 분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의대증원 유예를 포함한 타협안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의 개혁과정을 통해 1~3차 병원간 기능적 역할 분담이 아주 건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당정간 갈등의 발단은 한동훈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 제안이다. 그는 25일 고위당정협의에서 "2025학년도 의대증원은 그대로 시행하는 대신 2026년도 증원을 1년간 유예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관련 기관 검토 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곧바로 대통령실에선 "유예하자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 의사증원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라고 마찬가지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한동훈 대표가 페이스북에도 의대증원 유예 입장을 재차 피력하자 대통령실은 급기야 오는 30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 거듭된 유예 의견 피력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 시 돼야 할 가치"라며 "이 앞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 관계가 불거진 것은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한 대표는 다만 "정부의 의료개혁은 중요한 국가과제이고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