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저축은행에 압박 수위 높이는 금융당국..."버티지말라" 경고
부실·연체율 겹친 2금융권…금감원, 경영실태평가 돌입
PF 사업장 '떨이' 내몰리는 저축은행...대규모 손실 우려
2024-08-29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건전성 제고를 위한 고강도 점검에 본격 착수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처리와 연체율 급등에 따른 건전성 악화가 우려돼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2금융권의 선제적인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하라는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29일 금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 자산건전성 지표가 부실한 저축은행 4곳을 지정해 경영실태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저축은행 3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 평가를 벌인 바 있다.
경영실태 평가는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독 절차다. 이번 경영실태 평가는 올해 1분기·2분기 연속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이 대상이다.
평가결과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등 각 항목을 1등급(우수)에서 5등급(위험) 등 5개 등급으로 나눈다.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4등급(취약) 이하인 경우 해당 저축은행은 적기 시정조치를 부과받을 수 있다. 적기 시정조치는 권고, 요구, 명령으로 구분되며 부실채권 처분하거나 자본금을 증액하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2.5%에 불과했지만, 2022년 3.4%로 상승한 뒤 지난해 6.6%로 뛰었다. 올해 1분기에는 8.8%로 더 올랐다. 가계대출 부실과 부동산 PF 부실 등이 겹친 영향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약 11% 수준을 기록했고,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20%를 넘어섰다.
아울러 금감원은 부실 PF와 관련해서도 압박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제출한 곳 중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저축은행 4곳과 증권사 3곳, 캐피탈 1곳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주요 타깃은 저축은행으로 사업성 평가결과 경·공매 대상을 재구조화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경·공매 사업장의 예외조항인 소송, 업권 간 이견 등을 적극 해석한 것은 아닌지를 현장점검을 통해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예외조항은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저축은행 업권이 이를 과도하게 적극 반영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을 통해 사업장별 정리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내달부터는 경·공매 시장에 부동산 PF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실사업장 정리는 금융사가 해당 사업장에 추가 충당금을 쌓아 유지하거나 경·공매에 넘겨 새로운 주인을 찾는 방식이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을 향해 이른바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실 부동산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방송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일요진단라이브’에서 저축은행들이 향후 가격 반등을 노리고 부실PF를 안고 있는 행태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PF와 관련해 최근 금융권에서 제출받은 내용을 보면 오랜 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브릿지론에 대해 단순히 리파이낸싱을 하겠다는 등 금감원 입장에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을 준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3~4년 버티면 부동산 가격이 2~3배 올라 지금은 부실로 보여도 추후 돈을 벌 수 있으니 가만히 내버려두자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다”며 “그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향후 부동산 가격이 2~3배 뛰는 상황은 지금의 가계부채 수준이나 향후 경제성장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이 급등하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짚으며 사실상 경·공매와 같은 부실PF 사업장의 ‘정리’ 계획을 요구한 셈이다.
금감원이 부동산PF 정리 사안을 두고 저축은행을 겨냥한 것은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이 다른 업권보다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11.26%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 말보다 4.30%포인트 오르면서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전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 상승폭은 0.85%포인트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PF 사업장 정리에 따른 손실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추가 손실 규모가 이미 적립한 충당금 규모를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7월 초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향후 부동산 PF 재구조화·정리로 인해 저축은행업권이 보유한 부동산 상당수 PF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러한 손실 규모는 대체로 이미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 규모를 상회할 것이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