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더 이상 보여주기식 ‘통신비 인하’ 추진은 그만
2025-08-29 김성지 기자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22대 국회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재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한 정당이 발의하면 나머지 정당이 반대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야 의견이 합치됐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장관도 단통법 폐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나 국민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으며,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은 방향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하나의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단기 계획을 추진한 뒤 다른 계획으로 전환했다. 그 예가 단통법 폐지와 알뜰폰이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라는 메기를 도입해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통신요금을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연이은 후보 실격으로 인해 제4이통은 정책은 중단됐고, 알뜰폰 활성화라는 카드를 꺼냈다. 최근에는 단통법 폐지가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알뜰폰 사용자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가계통신비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추가지원금과 전환지원금으로 단말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최근에는 통신 3사도 3만원대 5G 요금제 라인업이 늘어나 비슷한 가격대에 더 좋은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세부 정책 없이 무턱대고 단통법을 폐지한다면 가계통신비는 인하되지 않고 알뜰폰 업계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정보 불균형에 따른 피해는 인터넷 등을 활용한 정보수집에 취약한 고령층 등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에 취약한 고령층 등 소비자 간 정보 불균형 해소와 과도한 지원금 경쟁으로 단말기의 구입 장소나 시간,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 등을 바로잡기 위해 해당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수 차례 실패에도 지속적 시도를 하는 뚝심있는 정부도 멋있지만 이제는 ‘디테일한 정부’가 보고 싶다. 아니면 말고 식의 추진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과 그를 보조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주먹구구식의 정책 설정과 추진이 진행된다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