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비리, 범인은 ‘벤더’
납품업체-MD 연결 브로커가 업계 진짜 甲…“중소업체, 벤더 없이 방송 잡는 것 불가능”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최근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납품업체 선정 비리가 밝혀지며 납품업체의 홈쇼핑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벤더’가 홈쇼핑 업계의 ‘진짜 갑’이자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롯데홈쇼핑 사태는 2008년부터 2012년에 걸친 사건으로 2~6년이 지난 현재의 홈쇼핑 시스템 문제점과는 괴리가 있다.
지난 2012년 홈쇼핑 4개사 상품기획자(MD)들이 납품업체로부터 1000만원대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리베이트를 받아 챙겨 홈쇼핑 관련 사건 사상 최대의 후폭풍을 일으켰다. 이후 업체들은 앞다퉈 자정을 결의하고 윤리강령을 강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홈쇼핑 시스템의 문제는 MD들의 리베이트나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부족이 아니다”라며 “진짜 문제는 ‘벤더’를 통하지 않으면 진입에 애를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더는 홈쇼핑업계에서 일종의 도매상으로 홈쇼핑 업체의 MD들과 납품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MD는 방송에 판매할 제품을 선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방송을 위해 접촉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홈쇼핑에 납품하고자 하는 업체는 무수히 많고 MD는 한정돼 있다. 벤더는 이들을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문제는 벤더의 역할이 너무 커져있다는 것.
현재 홈쇼핑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의 70% 이상이 벤더의 손을 거친다. 홈쇼핑 업계가 성장하면서 MD 숫자에 비해 납품하고자하는 업체들이 너무 많아 직접 선정하는 것은 벅차다는 게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벤처기업이나 신규업체의 경우 벤더를 통하지 않고는 방송이 불가능하다”며 “벤더들에게 떼주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고 경우에 따라 뒷돈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벤더들은 통상 매출의 3~5%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데 일부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벤더들에게는 10%까지 수수료가 붙는다. 납품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새는 돈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홈쇼핑 MD들이 벤더들의 눈치를 보는 일도 발생한다. 벤더들이 인기상품을 가지고 있을 경우 업체가 벤더를 모셔와야 한다는 것.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벤더가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홈쇼핑 산업 전체가 기형적인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며 “정부와 홈쇼핑 업체간의 협력으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