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수 위협요소 플랫폼…C커머스·티메프發 근심 커져

알리·테무, 상반기 누적 결제액 2조2938억원…월 사용자 수 전년 대비 236% 증가 소상공인,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플랫폼 입점 회의적…90.8% 정산 지연 재발 의심 정부, 정산기한 단축·판매대금 예치 의무 예고…벤처업계 “중소이커머스 성장 저해”

2025-09-01     오시내 기자
중국계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의 맹공을 받는 국내 온라인플랫폼들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까지 겹치며 내수 시장의 위험 요소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1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C커머스가 일각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 7월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2479억원과 588억원으로 합산 30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64%(1874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합산 결제추정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전년 2조3227억원과 맞먹는다. 상반기 만에 한 해 매출을 달성한 셈이다. 양사의 월 사용자 수도 증가했다. 7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앱 월 사용자수는 각각 847만명과 755만명으로, 이를 합산하면 전년 동월 대비 236% 증가한 1601만명이다. 한국 판매자 유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한국 판매자를 위한 케이베뉴(K-Venue) 입점 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월평균 148%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수수료 0% 정책을 올해까지 진행하는 만큼 한국 판매자 입점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패션·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쉬인의 공격도 매섭다. 쉬인은 지난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6월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입지 강화를 위해 유명 한국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내세웠으며,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있다. 판매 상품도 K-패션을 주로 배정해 한국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공한다. 한국 온라인플랫폼들은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티메프 사태 재발 우려로 온라인플랫폼 사용을 줄이거나 중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3%였다. 절반에 가까운 소상공인들이 온라인플랫폼 입점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하락해, 90.8%는 향후 온라인플랫폼의 정산 지연 문제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입점판매자(셀러)들이 이커머스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이유는 온라인플랫폼 대부분이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정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제3자를 통해 정산금을 예치했다가 지급하는 에스크로를 도입한 곳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커머스의 정산주기를 대규모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기한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커머스와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의 ‘판매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예고했다. 벤처업계는 일제히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26일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벤처캐피털협회 등은 입장문을 통해 “과도한 규제가 중소 온라인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정산기간 단축은 다양한 정산방식 제공을 어렵게 해 일일 정산 및 송금에 따른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새로운 정산 시스템 개발 및 운용 비용은 대·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자금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플랫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한 유동성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는데, 획일적이고 과도한 정산주기 단축은 기업들의 자금 운용을 제한해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제3기관에 판매대금을 예치·신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투자 자체도 위축시켜 혁신금융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의 원인은 해당 기업의 경영실패에 있음에도 온라인플랫폼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면서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행된다면 혁신적인 기업의 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