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상 걸린 韓 경기전망… “내수 회복 선행해야”
생산·소매판매 감소…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 긴축경영 나선 기업들, 채용 계획도 줄였다 기업들 9월 경기전망 일제히 하락세 기록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글로벌 경제 리스크에 따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널뛰기하는 등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산재한 가운데 최근 한국의 내수 회복세는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4% 감소해 5월(-0.8%)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 부진이 두드러졌다. 전월 대비 3.6% 감소했고, 특히 제조업 생산은 3.8% 줄었다. 반도체(-8.0%)와 자동차(-14.4%) 생산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소매판매지수도 100.6으로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내구재(-2.3%)와 준내구재(-2.1%), 비내구재(-1.6%) 판매가 모두 줄었다. 특히 차량 연료(-8.6%), 오락·취미·경기용품(-6.0%), 가전제품(-5.6%), 승용차(-4.8%) 등이 크게 감소했다. 전체 서비스업의 생산은 0.7% 증가했으나,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8% 감소했다. 소매업 생산도 0.9% 줄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 규모별 대표 단체들의 경기전망 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먼저 한경협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BSI 전망치는 9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뜻한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BSI는 각각 93.9, 91.9로 동반 부진했다. 제조업은 미국의 실물 경기 둔화, 중국의 경제 성장 부진, 내수 여력 약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며 경기 전망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제조업은 건설업 불황 지속 및 여름 성수기 종료 등으로 하락했다.
세부 업종별로는 의약품(125),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4.3), 식음료 및 담배(105.3)가 호조 전망을 보였고, 목재·가구 및 종이가 기준치에 걸쳤다. 나머지 6개 업종은 모두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도·소매(101.9)가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고,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 서비스가 기준치에 걸쳤다. 나머지 5개 업종은 기준치를 하회했는데, 이중 여가·숙박 및 외식업(78.6)은 여름 휴가철이 끝난 데 따라 업황이 가장 부진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진이 예측됐다. 내수 96.3, 수출 94.5, 고용 94, 자금 사정 93.7, 채산성 92.9, 투자 91.4, 재고 102.6 등이다.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을 의미한다. 내수는 고금리 부담에 따른 가계 소비 약화로 2022년 7월부터 27개월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수출은 전월 대비 BSI 값이 4.7포인트 떨어져 2022년 8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한경협은 “5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준치에 근접하던 BSI가 중동 사태, 세계 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인한 경기 심리 불안과 내수 부진 우려가 겹치면서 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3일부터 21일까지 306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9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상 애로사항은 내수부진(62.0%)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인건비 상승(45.1%) △업체 간 과당경쟁(28.3%) △원자재가격 상승(25.9%)이 뒤를 이었다.
9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7.4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7월(1.4포인트↓) → 8월(1.4포인트↓)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했으나, 전년 동월(83.7)대비로는 6.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채용 규모도 줄었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6곳(57.5%)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64.8%, 줄이겠다는 기업은 17.6%, 늘리겠다는 기업도 17.6%였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과 글로벌 경기침체(20.6%), 인재 확보의 어려움(17.5%)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