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 원활하다"는 尹... '의료대란' 정기국회 최대 쟁점 될 듯

응급실 '셧다운' 위기에도 의대증원 예정대로 강행 지지율 급락에 당정갈등도...野 국정감사 등 집중검증 예고

2024-09-01     조석근 기자
추석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이 자존심을 걸고 강행한 의대증원의 후폭풍이 거세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응급의료 현장 전문의들의 극심한 피로누적으로 소위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대란 파열음이 일선 응급현장에서부터 터져나오는 것인데 정작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는 원활히 가동 중"이라며 의료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의료대란은 국민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여타 민생 문제를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야권 전체가 이 문제와 관련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 이번 정기국회 전 과정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이번 정기국회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의 응급의료 관련 논의를 종합하면 응급실을 둘러싼 의료위기는 심각한 국면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중증 응급환자 치료의 최전방이다. 권역센터가 연간 365일, 24시간 2명 이상의 당직 인원을 두려면 응급의료 전문의 12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지난 21일 기준 전체 권역의료센터 70%가 그 미만이다. 울산대, 건양대 병원의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가 4명, 순천향대병원, 삼성창원병원이 5명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이 이날부터 야간진료를 중단하는 가운데 아주대병원이 매주 1회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주 이틀 이상 응급실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2000명 의대증원 계획 발표 이후 전체 1만3000여명의 전공의 중 90%가 사직 후 미복귀했다. 정치권에선 응급실 전공의 수 역시 지난해말 580명에서 올해 55명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전문의들에게 극심한 피로누적이 지속되면서 응급실 자체가 문을 닫는 비상상황이다. 피해사례는 정치권 내에서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개 응급실을 방문한 끝에 부상을 치료한 가운데 김한규 민주당 의원의 경우 부친이 치료 지연으로 사망했다. 최근 국가보훈처 산하 중앙보훈병원에서도 국가유공자가 응급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위기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정브리핑에서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며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강행 의사를 나타냈다. 또한 "일단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며 의료대란 우려 자체를 "의대증원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도 의료대란이 꼽히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p 하락한 23%로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부정평가 주 요인으로 ‘의대정원 확대(8%). ’소통 미흡(8%)‘이 나란히 꼽혔다(여론조사에 대한 다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당장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과 내달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의대증원 및 의료대란이 다뤄질 전망이다. 단적으로 의대증원 결정 과정을 두고 야당과 의료계가 여전히 '2000명'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2000명 의대증원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증원유예 등 의료대란 수습방안을 촉구하는 취지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조국 대표를 포함한 당 소속 의원들이 2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을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30일 당 워크숍 직후 "(의대증원 등 현안에서)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정질문 이후 우리 당의 국정감사 기조는 탄핵국감"이라고 강조했다.